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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요리사로 ‘변신’했다.
17일 교육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경기 시흥 한국조리과학고를 방문한 이 후보는 즉석에서 흰색 요리가운과 모자, 스카프까지 두른 ‘완벽한 요리사 복장’으로 갈아입고 조리대 앞에 섰다. 이 후보가 만들 음식은 ‘해산물크림스파게티’. 이 후보는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학생들과 함께 요리를 시작했다.
올리브기름을 프라이팬에 두른 후 학생들이 이미 썰어 놓은 양파, 피망, 버섯을 차례대로 넣고 적당히 볶은 다음 크림소스까지 넣은 이 후보는 간을 맞춰야 한다는 말에 익숙한 손놀림으로 소금을 조금 집어 뿌렸다. 직접 간까지 본 이 후보는 싱거운지 소금을 조금 더 집어넣은 뒤 만족한 듯 해산물과 스파게티면 등 나머지 재료를 넣고 요리를 완성했다.
시식 시간. 옆에서 조리 방법을 알려준 학교 선생님이 먼저 이 후보가 만든 스파게티의 맛을 봤다. 한참동안 맛을 음미하던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단 한마디 “짜다”였다. 선생님의 ‘냉혹한 평가’가 믿기지 않는 듯 이번엔 직접 맛을 보는 이 후보. “내 입맛에 맞게 했으니까 나한테는 맛있을 거다”며 스파게티면을 한입 가득 넣은 그는 “내 입에는 딱 맞는데…”라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권했다. 이 후보의 요리를 맛본 기자들의 평가도 “짜다”였지만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 등 한나라당에서 온 ‘식구’들은 팔이 안으로 굽는지 “맛있다”고 칭찬했다.
이 후보는 이어 학생들이 만든 스파게티도 일일이 맛을 봤다. 접시와 포크를 들고 자신과 같은 시간동안 학생들이 만든 스파게티를 맛보던 이 후보는 “내 것이 확실히 짰다. 이거(학생이 만든 스파게티) 먹어보니 알겠다”며 멋쩍은 듯 웃어보였다. 점심 식사를 한지 얼마 안된 시간이었지만 이 후보는 20여개가 되는 학생들의 스파게티를 하나하나 먹어보며 “집에 가면 잠자느라고 요리할 시간도 없지?” “열심히 해라”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한식·양식조리실습실 등을 다 둘러본 이 후보는 이 학교 3학년생들의 일일 교사로도 나섰다. ‘요리사 복장’ 그대로 단상에 오른 그는 “조금 전에 요리를 하고 왔는데 소금이 많이 들어갔다. 선생님 평가는 60점 이하였다”며 “생각도 없이 되는대로 옆에서 소금을 치라면 소금을 치고 하니까 정성이 들어가지 않아서 음식이 짜게 나왔다. 실패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에 빗대 말하는 것을 즐기는 이 후보는 이어 “이 음식을 누구에게 줄까, 그 사람이 싱거운 걸 좋아할까, 짠 걸 좋아할까 (생각하며) 정성을 쏟았으면 잘 나왔을 것 같은데 그런 목표가 없었다”며 “서로 사랑할 줄도 알고 남을 위해 봉사할 줄도 아는 그런 품성을 가져야 세상에 나가서도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와서 보니 학생들의 자기 직업에 대한 긍지가 대단하다. 세계 최고의 조리사가 되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자기 일이 자랑스럽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이날 자신의 강연을 듣는 학생들이 고3인 점을 감안해 “(수능이) 29일 남았지? 나는 (대선까지) 64일 남았다. 내가 조금 여유가 있네. 나도 (대선) 19일 남겨두고 컨디션 조절하려고 한다” 등의 ‘맞춤형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강연을 끝낸 이 후보는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까지 해준 뒤에야 자리를 뜰 수 있었다.[=시흥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