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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사기사건 피의자인 김경준씨가 지난 1일 미 연방법원에 한국 송환 명령에 대한 항소를 취하했다. 한국으로 순순히 송환되겠다는 뜻이다. 김씨는 회사 돈 380여억원을 미국으로 빼돌린 뒤 2001년 사기 혐의로 출국 금지되자 여권을 위조해 미국으로 달아났었다.
김씨의 송환이 정치적 이슈가 되는 것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과거 한때 이 사람과 다른 회사를 동업한 때문이다. 이 후보는 회사 자본금을 댔다가 피해를 입었다며 김씨를 고소했지만 여권은 이 후보도 사건에 관련이 있지 않으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권은 김씨가 귀국해 이 후보에게 불리한 폭로를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후보는 김씨 송환에 대해 “국민의 돈을 갖고 도피한 김씨는 빨리 와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 후보측 변호사들은 김씨에 대한 신문이 끝날 때까지 김씨의 항소 취하 결정을 미뤄달라는 청원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 후보가 말로는 김씨의 귀국을 촉구하면서 실제로는 그 반대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3년 이상 소송을 하던 김씨가 갑자기 대선 직전에 자진 귀국하겠다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범인인도조약에 따라 어차피 언젠가는 한국으로 송환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대선이 끝난 후에는 정치적으로 ‘협상’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김씨를 뒤에서 부추기는 세력도 있을 수 있다.
이 후보는 김씨가 귀국해 하는 주장들이 거짓말이라면 국민에게 설명하고 판단을 구하면 된다. 이 후보 스스로 “김씨가 제2의 김대업이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안 될 것”이라고 한 것처럼 이제 국민들도 김대업식 폭로극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김씨가 문서위조범에다 사기 및 주가 조작 혐의자라는 사실도 다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측 변호사들이 김씨 인도가 늦춰질 수 있는 청원을 낸 것은 당당하지 않게 비친다. 이 후보측은 “이제 김씨에 대한 원고측 마지막 신문만 하면 민사 소송은 사실상 끝난다”며 “재판은 곧 열릴 수 있고 신문은 2~3일이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임에 비춰볼 때 이런 해명은 개운치 않다. 이 후보는 “김씨는 빨리 와서 재판을 받으라”고 한 원칙대로 행동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