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정무위원회의 ‘BBK’ 관련 국정감사 증인 채택 논란을 대통합민주신당의 ‘이명박 흠집내기’로 보고 있는 한나라당은 12일 오후 강력한 대응의지를 보여주려고 긴급 의원총회까지 소집, 향후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 지도부는 의총이 열린 국회 본청 246호에 검은색과 붉은색으로 ‘통합신당 폭력 날치기 시도, 국민 앞에 사죄하라’ ‘날치기 주역 박병석은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쓴 플래카드까지 준비해 내걸고 폭력사태까지 벌어졌던 정무위 상황이 녹화된 테이프까지 공개했다. 통합신당 규탄대회 형식에 어울리게 한나라당은 이날 ‘통합신당 날치기 시도 폭거 규탄 결의문’까지 채택했다.

    그러나 이날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강력한 투쟁의지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회의 시작 시각인 2시에 의총장에 모습을 드러낸 의원은 10명 안팎이었으면 15분이 지나도 회의장엔 의원 50명 정도만 눈에 띄었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최대 인원은 한나라당 전체 의원의 절반 가량인 60명 정도였다.
    전날 정무위 상황을 설명하며 ‘BBK 주가조작 사건’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원천 무효임을 강조하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난 뒤 단상에는 폭력사태의 ‘피해자’라고 자청하는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단상에 올라왔다. 정무위 간사로 정무위 소동으로 병원까지 다녀왔다는 이계경 의원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단상으로 걸어 나와 “등이 결려서 걸어오는 데 불편하게 보여 죄송하다”며 “진수희·차명진·김애실 의원은 병원에 입원 중이다. 정무위원 모두 몸싸움을 해서 온몸이 결리는 것을 참고 나왔다. 정무위원들에게 박수를 쳐 달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5분 가량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통합신당 의원, 당직자들과 어떻게 싸웠는지를 세세히 설명했다.

    정무위 폭력사태의 ‘또다른 증인’으로 나선 박계동 의원은 이주영 의원이 어떻게 정무위원장 단상을 지켰는지, 차명진 의원이 박병석 정무위원장(통합신당)의 입을 어떻게 막았는지 등을 제스처까지 써가며 이야기했다. 박 의원의 발언 도중 전날 정무위 상황이 녹화된 테이프가 공개됐고 이를 지켜본 의원들 사이에는 간간이 “저게 어떻게 국회야” “어휴, 말도 안된다” 등의 비판 섞인 탄식이 나왔다. 그러나 녹화테이프 상영이 끝난 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의원은 30여명에 불과 했다.

    한나라당은 ▲폭력·불법적 날치기로 시도한 증인 채택 원천 무효 ▲통합신단의 대국민 사과 ▲박병석 의원의 국회의원직 사퇴 촉구 ▲야당 대선 후보에 대한 공작정치, 의회민주주의 말살 기도 즉각 중단 등을 요구하는 ‘규탄결의문’을 채택하는 것으로 의총을 마무리했다. 한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의총은 그 어느때보다 조용하게 진행됐으면 간간이 조는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