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공중파에서 1년 이상 유력 대선후보로 선두자리를 차지한 ‘값’을 톡톡히 치렀다. 11일 밤 ‘MBC 100분토론’에 출연한 이 후보는 남북정상회담 등 정치 현안은 물론 그동안 내놓았던 대표 공약에 대한 패널·시민논객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진땀을 흘렸다.
‘선택 2007, 대선후보 토론’의 첫 번째 주자로 TV토론에 참석한 이 후보는 홍보 부족이 부정적 여론의 원인이라고 판단한 ‘한반도 대운하’ 등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도곡동땅 차명재산 의혹’ 등에 대해서는 단호한 어투로 의혹 확산 차단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질문 자체가 모순이다” “오래 검토하지 하지 않고 신문이나 인터넷에 나온 것으로 질문하는 것 같다” 등 ‘공격모드’를 택하기도 했다. 대부분 당내 경선 과정에서 나온 내용이었지만 한동안 잠잠했던 의혹들이 재확산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후보가 식은땀을 흘려야 했던 순간은 현안 관련 질문이 아닌, 1분 내 답변이라는 순발력을 요하는 ‘시민청문회’ 마지막 질문이 화면에 나오던 때였다. ‘영화 중 탐났던 배역과 대사를 연기해 달라’는 UCC질문에 이 후보는 “갑자기 연기를 하라고 하니까…연기가 안되는데…”라며 사회자인 손석희씨를 바라보며 “어떻게 연기해야 되느냐”고 구원요청을 보냈지만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는 ‘냉정한’ 말에 “지금 연기하고 있다. 이해해 달라”며 특유의 웃음으로 상황을 ‘모면’했다.
이 후보는 또 대선승리 후 2007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 승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실무회담을 여러 번 거쳐야 재정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알 수 있는 만큼 다음 정부에서 이행이 될 지 여부는 답하기 어렵다”며 “이번에 합의된 것은 사실상 선언적 합의고 구체적 사업계획이 없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날 토론은 전문가 패널 권영준(경희대 국제경영학부)·김경민(한양대 정외과) 교수, 작가 김신명숙씨와 50명의 시민논객 외에도 100분토론 홈페이지를 통한 네티즌 질문, UCC 질문까지 쏟아지면서 예정된 100분을 넘기며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한반도 대운하’ 이명박의 아킬레스건 되나 이 후보의 대표 공약으로 당내 경선 과정 내내 최대 논쟁거리였던 ‘한반도 대운하’가 이날도 집중포화를 맞았다. 패널들은 대운하의 사업성과 환경성 등에 의문을 표하며 ‘공약 철회’를 요구했고 이 후보는 대운하의 친환경성을 강조하며 철회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신명숙 “이 후보 하면 떠오르는 것이 대운하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아직 그렇게 설득력이 있는 것 같지 않다. 공약으로 밀고 나갈 생각이냐, 의견 수렴해서 변화를 줄 생각은 없느냐”
이명박 “경선 과정의 논쟁 때문에 대운하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해 부정적 시각이 많다. 경부고속도로와 청계천 복원할 때도 처음 시도 하는 것이라고 반대 많았다. 되고 나니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하듯이 대운하도 되고 나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고) 21세기에 지구온난화, 기상 변화. 물 부족 이런 일(문제) 때문에 반드시 해야 될 사업이다.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사업이 아니다”
권영준 “대운하를 고속도로와 비교하는데 고속도로는 사회간접자본(SOC) 중 가장 중요한 시설로 없는 나라가 없다. 그러나 대운하를 갖고 있는 나라보다는 없는 나라가 많다. 전문가들 상당수도 반대하고 내부에서도 반대 많은데 공약 검증해서 나중에 문제 있다고 하면 철회할 가능성 있다는 것이냐”
이명박 “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다. 운하 가진 나라 없다고 하는데 운하 없는 선진국 없다. 독일, 네덜란드, 미국, 러시아, 영국에도 운하 있다. 프랑스의 센 강도 운하다”
권영준 “말이 바뀌고 있다. 식수 오염 문제되니까 이중 수로 만든다고 하고 이중 수로 문제 되니까 강변여과수 방식을 내놓았다. 설득력 떨어지는 것 아니냐”
이명박 “오래 검토 하지 않고 신문이나 인터넷에 나온 것으로 질문하는 것 같다. 한강을 보면 물이 맑고 좋은데 그게 바로 운하다. 잠실과 김포 쪽에 보가 있다. 그와 같이 만들겠다는 것이다. 낙동강에 운하 만들면 17억톤의 물을 보관할 수 있다. 운하로 컨테이너 250개 싣고 가면 도로에 250대의 트럭이 줄어든다.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효과 있다”
시민논객 “경북 문경에 운하 지나간다니까 땅값 들썩이더라. 수혜를 얻는 지역 만들어 많은 지지자 얻고자 하는 것 아니냐. 지금 그만두는 게 어떠냐. 식수로를 따로 만든다는 것도 이해가 안된다”
이명박 “그런 오해하는 분 있을지 모르지만 정치적 판단이다. 정치적 목적 없다. 부동산 투기 없을 것이다. 본 게 아니라 들은 얘기일 것이다. 외국에서도 강물을 직접 식수로 쓰는 나라 별로 없다. 대한민국도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수돗물이 아니라 생수를 사다 먹는다. 고급화할 필요 있다. 강변 여과수 처리 방법은 유럽에서도 다 쓴다”
◇‘도곡동땅 의혹’에 ‘말실수’까지… 도덕성·리더십 공방 “‘정책선거 정착’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토론이었지만 ‘도곡동땅 차명재산 의혹’ ‘서울시장 재임 시절 특혜 의혹’ 등 이 후보를 둘러싼 세간의 의혹들이 다시 거론됐다.
#1.
시민논객 “법을 이 후보 스스로 수차례 위반한 사례 있다. 위장전입,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범인 도피․은닉 혐의로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했으며, 기업인으로서는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등 위법한 사례 있었다. 본인에게는 들이댈 수 없는 법과 준수 기준을 힘없는 근로자 서민에게만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 아니냐”
이명박 “나를 연구 많이 하고 온 것 같다. 고맙다. 올바른 지적이다. 경쟁력 있는 사람에게는 잘할 수 있는 길만 열어주면 되고 경쟁력 없는 경우에도 경쟁을 한 번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약자는 정부가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공약에 하나로 들어가 있다. 걱정하는 점은 정책적으로 반영 잘 되고 있고 앞으로 반영시키겠다”
#2.
권영준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시절 기자들에게 보너스를 주겠다며 뚝섬을 잘 보라고 했다고 한다. 서울시장 재직 당시 건설사에 넘긴 뚝섬 경마장 부지에 고액 분양가의 아파트가 지어지니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
이명박 “정치 해보니까 오해 많더라. 억지로 만드는 것인지,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모르지만… 뚝섬 개발 계획 돼 있던 것을 숲(서울 숲)으로 해서 서울시가 4조억원을 희생하게 돼 당시 공직자들이 많이 반대했었다. 그때 환경 중시 하느냐 논쟁 했을 때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해서 서울숲 알려준 것이다. 부동산 투기 정보 아니다”
#3.
김경민 “재산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분명히 말씀드리면 재산에 대한 의혹 전혀 없다. 그렇게 살지 않았다. 경선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 검찰이 ‘이명박 땅이라는 증거 없다. 그러나 형 땅이라는 증거도 없다’는 혼란스러운 발표했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그런 의혹 없다. 경선 과정에서 문제 있다고 나온 것이다”
#4.
시민논객 “문제성 발언을 많이 한다. 공식 발언만 하더라고 ‘장애인 낙태 발언’ ‘마사지걸 발언’ 등등이 있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후보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
이명박 “지금 말한 것 중에 사실에 맞는 이야기도 있고 사실이 왜곡된 것도 있다. 특히 여성 비하 발언은 40년 전 선배 이야기 전한 것이다. 거기에 있었던 사람은 문제 삼지 않은데 거기에 와 보지도 않은 사람이 문제 삼았다. 일일이 변명하지 않겠다. 진실이 규명됐으면 좋겠다. 그 중 한두 가지는 바른 지적 한 것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