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김무성 의원이 4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리셉션에 함께 참석한 후, 시내 포장마차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함께 '화합주'를 나눴다. 부산출신의 김 의원은 지난 당 경선에서 경쟁자였던 박근혜 전 대표 캠프 최측근으로 활동했으며, '좌장'으로 불릴만큼 큰 비중을 갖고 있다.

    이 후보와 김 의원은 한시간 가량 이어진 이 자리에서 '형님' '동생'을 주고 받으며 경선과정 '서운함'을 털어내고,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는 의미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 후보와 김 의원은 상당량 소주잔을 서로 기울이며 회포를 맘껏 풀었다. 이 자리는 한 참석자의 즉석 제안으로 만들어졌으며,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이 후보의 숙소인 유스호스텔 아르피나에서 열린 '부산영화산업발전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부터 일정을 같이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개최된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개막식에 참석해 개막작을 관람한 후, 해운대구 파라다이스 호텔 리셉션에 참석했다. 행사가 끝날 즈음인 늦은 시각 이 후보와 김 의원은 호텔 인근 포장마차에서 박관용 전 국회의장, 안경률 권철현 최구식 김정훈 정병국 의원 등과 자리를 잡았다. 나경원 대변인은 잠시 머물다 이동했다. 유인촌 유시어터 대표, 영화인 출신의 신영균 고문, 원로 연기자 김희라씨도 합류했으며 문정수 허남식 전현직 부산시장도 동석했다. 당초 이 자리는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off the record)를 전제로 마련됐지만 일부 참석자들에 의해 알려지면서 보도에 이르게 됐다.

    김 의원의 선친(김용주 전 의원)이 이 후보가 포항에서 다닌 초등학교 설립자란 점에서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이 화제에 올랐다. 김 의원의 선친이 평소 주위에 이 후보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는 얘기를 주고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으며, 참석자들은 정권교체를 위해 합심하자며 건배를 수차례 권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를 줄곧 "형님"으로 호칭하며 친근감을 나타내, 경선 앙금을 모두 털어낸 듯 보였다.

    한 참석 의원은 "개막식을 여러 차례 했지만 정치인이 개막작을 끝까지 관람한 것은 이 후보가 처음"이라며 "대부분은 영화에는 관심이 없고, 일찍 떠나버린다"며 이 후보의 문화예술에 대한 '진정성'을 높이 샀다. 이 후보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두시간 이상 이어진 개막작인 중국영화 '집결호'를 관람해 얼굴만 비친 채 자리를 뜬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선후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대조를 이뤘다.

    또 이 후보가 차려입은 약식 턱시도도 돋보였다. 한 참석자가 허 시장에게 "기본적인 격식을 갖추는 것이 영화제의 격을 높이는 기본이 될 수 있다"고 권고하면서, 이 후보가 갖춘 '예의'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기도 했다. "외국에서는 턱시도가 아니면 입장자체를 불허할 정도로 엄격히 따지는 것이 관례"라는 지적도 나왔다. 길거리 포장마차인 만큼 지나는 시민들이 이 후보를 발견하고 휴대폰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를 가져와 사진촬영을 요구했고, 이 후보는 평소처럼 흔쾌히 응했다.

    한편 앞서 리셉션 장에서도 영화인을 위한 자리였지만, 이 후보에 사람들이 몰리며 관심이 집중됐다. 이 후보는 영화감독 임권택, 영화배우 강수연 박중훈,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 등 문화계 인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부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