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탈(脫) 여의도'식 행보가 정치권의 관심을 끈다. 이 후보는 기존 정당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에서 소비자를 대할 때 주로 활용되는 방식의 콘셉트로 민생행보를 계속하며, 조직동원 금품살포 논란 등 구태를 재연하며 후보선출을 위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여권과 차별성을 부각하고 있다.

    최근 이 후보는 민생현장을 찾으며 '타운미팅(town meeting)' 개념을 접목했다. 이 후보는 지난 12일 대전 목원대에서 '청년실업과 일자리 만들기'를 주제로 '국민공감'이라는 타이틀의 타운미팅을 시작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타운미팅이란 미국 GE(general electric)의 잭 웰치 회장이 했던 것으로 사무실에서만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고객들을 만나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그들의 반응을 반영하고자 했던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이 후보는 "나도 서울시장 시절 시민들과 직접 대화를 하면서 좋은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정책에 반영해왔다"면서 "토론이라기 보다 좋은 제안을 많이 듣겠다"고 말했다. 


    이어 개최한 타운미팅에서 이 후보는 재래시장 상인들과 함께 백화점 보다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으며, 신용불량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불법추심 근절'을 위한 노력을 현장에서 약속하고 이번 회기내 법안처리를 소속의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또 지난 17일에는 최초로 당과 국회를 떠나 새만금 사업현장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 타당소속인 전북도지사와 함께 새만금 개발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이 후보는 김완주 지사에게 "새만금이 성공하는 첫째 조건은 정치논리서 벗어나 경제논리로 가는 것"이라며 "당 소속이 어디든 정치논리에서 벗어나라"고 주문했다.

    '그린 코리아 프로젝트(Green Korea Project)'를 주제로 28일 서울숲에서 가진 환경전문가들과의 '차 한잔의 대화'에서는 FGI(표적집단면접법, Focus Group Interview) 형식을 활용했다. FGI는 소수의 응답자와 집중적인 대화를 통해 정보를 얻는 방식으로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소비자 조사를 위해 많이 쓰는 마케팅 기법이다. 20일경에도 한나라당은 나이 지역 성별 정당 지지성향 등을 기준으로 나눈 8개 그룹 100여명에 대한 FGI를 벌여 당과 이 후보의 이미지를 정립하고, 정책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6월 경선에 대비해 '국민캠프 747'을 중심으로 CI(이미지 통합, Corporate Identity) 작업을 거쳤던 이 후보는 경선 직후에도 당의 이미지와 캐치프레이즈를 하나의 콘셉트로 통일하기 위해 기업에서 보편화된 CI작업에 착수하도록 지시했다. 국민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쌍방향식'으로 제작한 후보 명함에서도 이 후보의 '기업형 실용주의' 색채가 고스란히 묻어났다는 평가다.

    이같은 이 후보의 기업식 당 운영은 선대위 구성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이 후보는 의원들에게 지역구에 내려가 '직접 발로 뛸 것'을 주문했다. 중앙선대위는 실무형 의원들만 남긴 채 슬림화하고, '소비자'인 유권자들과 대면 접촉에 매진케 한다는 전략이다.

    한 당 관계자는 "이 후보의 새로운 실험이 당에서 해오던 관행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면서 "'여의도식 정치'에 안주해서는 두번의 대선패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절박함과 조화된다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의 '정치'는 상대방과의 세대결과 네거티브 켐페인으로 깎아내리기가 주를 이뤘지만, 이 후보는 철저히 국민과 직접 소통해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결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한다"며 "대선을 치러본 3선급 이상의 베테랑 '선수'와 세대교체를 이룬 젊은 의원들이 후보의 콘셉트와 보조를 맞춘다면 과거와는 다른 대선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