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광주 MBC 주최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자신을 "참 나쁜 사람"이라고 공격하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에게 "이해찬 후보와는 대학 1학년 캠퍼스에서…"라고 말하며 토론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다 오히려 이 전 총리에게 "친구 얘기 좀 그만하십시오. 공적인 자리에서…"라는 핀잔을 들었다.

    이 전 총리는 짜증까지 냈다. 순간 정 전 장관은 멋쩍어 했다. 이 전 총리의 공격을 '우리 친구잖아'라며 좋게 넘어가려 했으나 '친구는 무슨'이란 이 전 총리의 냉소적인 반응에 정 전 장관 역시 적잖이 언짢았던 모양이다. 두 번이나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맡았고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장관까지 지냈으면서 가장 먼저 당을 탈당하고 노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정 전 장관을 향해 매번 "신의가 없다" "참 나쁜 사람"이라 비난하는 이 전 총리에게 정 전 장관도 앙갚음을 했다.

    정 전 장관 캠프의 김현미 대변인은 28일 이 전 총리의 과거를 들췄다. '신의'를 강조하는 이 전 총리가 13대 국회 당시 김대중 신민당(신민주연합) 총재를 비판하며 탈당한 뒤 14대 총선 직전 복당한 전력을 꺼내며 "이게 이해찬 후보가 말하는 신의의 정치냐"고 따졌다.

    김 대변인은 신민당을 탈당 한 뒤 쓴 이 전 총리의 91년 신동아 7월호 기고문까지 공개했다. 김 의원은 "정 후보는 (이 후보를) 친구라 생각해 이 얘기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입 밖에 오르내리지 않았었다"고 소개한 뒤 "그러나 어제 광주 토론회에서까지 반성하지 않고 (신의) 얘기를 계속하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덮어둘 수 없어 얘기하는 것"이라며 '이해찬 뒷담화' 공개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나는 이 후보 보다 몇 개월 빨리 평민당(평화민주당)에 입당해 89년 1월에 평민당에 입당한 뒤 이 후보가 당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신민당을 탈당한 후에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도 했다. 평민당은 91년 4월 신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20년 동안 단 한 번도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배신 안했다고 하는데 91년 5월 5월 31일, 13대 국회 말미에 평민당 후신이고 민주당 전신인 신민당을 탈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고 말한 뒤 이 전 총리가 탈당 뒤 당시 신민당 총재이던 DJ를 비난한 언론 기고문을 소개했다.

    다음은 김 대변인이 읽은 이 전 총리의 91년 7월 언론 기고문 중 일부다.

    "지금의 신민당이 수권정당으로 면모를 심어주지 못하고 거부감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신민당원 모두의 책임이지만 누구보다 김대중 총재의 책임이 크다. 김 총재의 개인적 역량으로 대권에 오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김 총재는 88년 총선 이후 신민당을 발전시키기 보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강화에 주력해왔다. 국민들 중에 김 총재가 꼭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국민은 20%를 넘는 경우가 드물다. 필자가 느낀 김 총재의 가장 큰 단점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듣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무슨 방법으로든 총재에게 잘 보여 신임만 받으며 된다."

    김 대변인은 "이 글이 실린 시점은 91년 최초로 광역의원 선거가 치러지던 와중이었다"면서 DJ가 당시 이 전 총리의 기고문에 대해 한 발언도 소개했다.

    다음은 김 대변인이 읽은 이 전 총리의 기고문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발언 내용 중 일부다.

    "이해찬 의원은 광역의원 선거를 한 참 하는 중에 당을 탈당해 당에 엄청난 피해를 줬다. 이해찬 의원이 탈당과 당에 대한 공격으로 91년 치러진 광역의원 선거에서 당시 야당이던 신민당은 수도권의 90% 이상을 민자당에게 내주는 참패를 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당시 출마했다 떨어진 (광역) 의원 중에는 현재 우리당(통합신당)의 의원도 있다"고 했고 "유시민 의원(이 전 총리 캠프의 선대위원장)도 이 전 총리의 신민당 탈당 때 함께 탈당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야당시절 힘겹고 어려웠던 시절 탈당해 당을 매도했던 이 분(이 전 총리)이 당을 매도했던 것을 뚜렷하게 기억하는데 이것이 신의의 정치인이냐"고 따졌다.

    김 대변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매도하고 당에 흠집을 낸 게 과연 이해찬의 신의의 정치인지 이 후보가 대답할 차례고 이제라도 신민당을 탈당하고 김대중 총재와 당을 음해한 게 신의의 정치인지 밝히라"라고 요구한 뒤 "14대 국회 때 (이 후보가) 공천을 받기 위해 어떤 처신을 했는지도 다 기억하고 있다"면서 향후 이 전 총리가 정 전 장관을 공격할 경우 추가로 '이해찬 뒷담화'를 공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