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8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민주신당은 27일 “정기국회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검증을 통해 민주신당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말은 그럴 듯해도 9월 3일 시작되는 올해 정기국회를 아예 ‘이명박 때리기 국회’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민주신당측은 “도덕성, 능력, 정책으로 나눠 이 후보를 검증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 검증이란 것이 결국 도곡동 땅이나 BBK와 같은 문제들로 집중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제 곧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여권 의원들이 국정감사, 대정부 질문, 본회의 자유 발언 등을 통해 ‘아니면 말고’식 폭로를 쏟아낼 것이다. 5년 전 이맘때 국회에서 벌어졌던 장면 그대로다.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있던 2002년 10월 10일 정기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 때 여당 의원 한 사람이 총액 121억원에 달하는 어음들의 번호가 찍힌 종이와 특정인의 은행 계좌번호 사본을 들고 단상으로 올라 왔다. 그는 그 종이들을 흔들며 “기양건설 회장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부인에게 수십억원을 주었다는 증거”라고 했다. 국회는 난장판이 됐다. 이것이 조작된 자료를 갖고 벌인 허위 폭로극이라는 사실은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씨가 낙선한 뒤에야 가려졌다. 당시 김대업을 이용한 여권의 ‘병풍(兵風)’전략도 국회에서 무차별 폭로전과 검찰의 질질 끄는 수사가 서로 주고받듯 하면서 진행된 것이다.

    국회에서 상대당 후보를 검증하고 비판하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5년 전 국회를 무대로 대대적인 허위 폭로극을 벌였던 사람들이 또다시 똑같은 판을 이번에도 벌이겠다는데, 그것을 원칙론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5년 전 여권의 국회 폭로전은 국회의원 면책특권만 없다면 당장 법원에서 의원 자리가 떨어지는 그런 내용이었다. 당시 여당 의원 한 사람이 국회 밖에서 “이회창 후보 측이 로비스트로부터 20만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가 허위 사실 유포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정기국회를 ‘이명박 폭로장’으로 만들겠다고 벼르는 여권이 이런 ‘용감한’ 의원을 몇 명이나 장만하고 있는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