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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연말 대선을 위한 집권세력의 정치적 악용을 우려하는 원칙적 입장을 표한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선후보에 대해 청와대가 기다렸다는 듯 정치공세를 퍼붓고 나서면서 이를 둘러싼 공방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상회담 연기가 바람직하다는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의견에 청와대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가로막는다'는 식으로 호들갑을 떨면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배경과 시기, 그리고 회담의제 등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22일 천호선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현직 대통령의 정당한 국정운영을 가로막자는 것이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발걸음을 멈추라는 것" "국가지도자가 되려면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만으로는 안된다"는 등 남북정상회담의 정치적 악용을 우려한 한나라당과 이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청와대는 또 "미래를 바라보고 큰 안목에서 전체 공동체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공익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에게 부여받은 정당한 권리와 역사적 책임을 갖고 평화로 나가는 길을 신중히 관리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이에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정상회담에 관해서 한나라당의 입장은 정상회담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의제에 북핵 문제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를 침소봉대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나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공식적으로 연기요청을 한 바 없다"면서 "원칙에 대한 얘기를 확대해석 하면서 공격하는 것이야말로 몰상식, 비상식적인 덮어씌우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후보의 대북관에 대해서도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으로는 안된다'라는 식으로 폄훼하는 것은 흠집내기 의도"라고 일축했다. 나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언급을 무조건 반평화로 몰고 가는 그 의도가 결국 대선판도를 어떻게든 평화 대 전쟁불사로 몰고가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렇게 침소봉대하고 과민반응하는 것이야 말로 정상회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고,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에서 가진 일본 후지TV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연말 대선에 영향을 크게 못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이 대선에 영향을 끼칠 만한 일을 해서도 안되고 그럴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후보는 전날 김수한 추기경과 만난 자리에서도 "노 대통령이 의제를 불분명히 하고 있고, (정상회담에서) 여러 사항을 합의하고 오면 차기 대통령이 이행해야 하니 걱정된다"며 우려를 나타냈었다. 이 후보는 또 "정상회담을 이용해 대선을 '평화 대 전쟁불사'로 몰까봐 걱정"이라며 "한나라당이 오히려 '전쟁억제당'이 아니냐"고도 했다.강 대표도 YTN '클로즈업'에 출연, "(8월에서 10월로) 연기한 것이 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우리에게 뭘 더 얻어내기 위한 게 아니냐는 걱정도 되고, 노 대통령이 핵문제에 별 기여도 못하면서 잡다한 합의를 많이 해와 6자회담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된다"면서 "굳이 하겠다면 대선후 대통령 당선자와 조율해서 퇴임 전에 해도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너무 조급하게 억지로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혹시 국가의 이익을 너무 훼손하는 일은 없겠는지, 또 노 대통령이 (차기 정부에) 엄청난 부담을 줄 것을 걱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물러가 버리면서 '당신은 서명하고 끝났으니 후임 사장이 이대로 다하라'고 했을 때, 후임 사장이 기가 막히는 채무를 물려받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예를 들며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