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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3개월'간 당 대표를 지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당원들로부터 극심한 '야유'를 받았다. 바로 16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합동연설회 마지막 연사로 무대에 오른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해 공격을 펼치기 시작하자 이 전 시장 지지자측 객석에서 거센 비난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
지난 12번의 지방유세동안 이 전 시장의 연설시간에 박 전 대표측 일부 지지자들의 간헐적인 야유성 함성이 나온 적은 있지만, 집단적으로 유세 도중 야유를 퍼붓는 모습이 나온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서울이 이 전 시장의 '텃밭'이란 점도 박 전 대표에 대한 '집단적 야유'가 가능했던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였다.
박 전 대표가 "도곡동 땅이 누구 땅이냐"며 공세를 시작하자마자, 이 전 시장 지지자측에서는 "또 (네거티브) 하냐"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거친 표현이 나왔다. 이후 "차명보유에, 위장전입에, 위증교사에, 금품살포에, 거짓말까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무슨 수로 막겠나"는 박 전 대표의 발언에서 야유는 절정을 이뤘다. 이 전 시장측 한 지지자는 "해도 너무 하지 않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경선을 아툴 앞둔 '마지막 유세'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연설회는 그야말로 '무법천지'였다. 행사시작 전부터 이 전 시장, 박 전 대표측 지지자들은 체육관 주변 곳곳에서 욕설을 주고 받더니 심지어 주먹다툼까지 벌이는 추태를 보였다.
또 박 전 대표 연설 도중 박 전 대표측 객석에서 일제히 푸른색 손수건을 꺼내 들며 응원하자, 이 전 시장측에서 "손수건, 치워라"는 항의가 나와 주위가 어수선해졌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시장측 한 의원이 객석의 항의를 부추기는 듯한 동작을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당 선관위는 제주 연설회에서의 충돌 이후 '열기고조 도구'라고 칭한 북, 꽹과리, 피켓, 플래카드, 호루라기 등을 행사장에서는 일절 지참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이날 연설회에는 이 모든 것이 동원됐다.
박 전 대표측 지지자들은 '줄푸세' '5년 안에 선진국' 등이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객석에 내걸고 북과 꽹과리를 치며 박 전 대표를 응원했고, 이 전 시장측 지지자들은 이 전 시장의 연설 후 종이비행기 1219개를 행사장에 날리며 환호했다. "선거법 위반이니 손수건과 플래카드를 내려달라. 이런 행위는 박 전 대표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는 사회자의 주문은 허공만 맴돌았다. 박 전 대표측은 연설회 직후 행사장 내부에서 확성기와 엠프까지 동원하며 '장내 세과시'를 벌였다.
선관위 최구식 대변인은 행사 뒤 가진 회의결과 브리핑을 통해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 반입이 금지된 손수건을 흔들고 대형 플래카드를 내건 것은 선관위 결정 사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이에 선관위는 손수건과 플래카드의 제작 및 반입 등 과정에 관련된 사람들을 밝혀내 당 윤리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