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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해진 게 아니라 강해졌다" 경선 이틀 전 열린 17일 마지막 서울지역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한 말이다.
"왜 그렇게 독해졌느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비판을 받아친 것이다. 그러더니 박 전 대표는 작심하고 이 전 시장을 코너로 몰았다. 행사장 주변에서는 이 전 시장에 대한 비판수위가 가장 높았다는 평을 받았던 지난 대전연설회 때 보다 더 셌다는 말이 나왔다.
이날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박 전 대표는 경선 전 마지막 연설회 인 만큼 모든 화력을 다 퍼부었다. 이 전 시장에 제기된 모든 의혹을 다 꺼냈다. 마지막 연설회장소가 이 전 시장의 텃밭이었다는 점도 박 전 대표의 톤을 더 높인 원인으로 읽힌다. 3분간의 홍보영상물 상영이 끝난 뒤 연단에 서자 "박근혜"를 연호하는 지지자들 목소리가 행사장내에 퍼졌고 박 전 대표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이들의 연호를 잠시 지켜본 뒤 말문을 열었다.
인사말이 끝난 뒤 던진 첫 마디는 "부패와 구태의 과거로 돌아가시겠습니까? 아니면 박근혜와 함께 미래로 가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었다. 지지자들은 "박근혜"를 연호했다. 박 전 대표는 "우리 중 누가 후보가 돼도 이긴다는 것은 착각이고, 불안한 후보, 의혹투성이 후보로는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고 소리친 뒤 "우리는 5년 전 대쪽 같은 깨끗한 후보를 내고도 지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시장 관련 의혹을 하나씩 꺼냈다. 박 전 대표는 "도곡동 땅이 누구 땅이냐? 검찰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알고도 왜 덮고 있습니까? 만만한 상대가 후보로 뽑히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며 이 전 시장을 정조준했다. 이 전 시장 지지자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박 전 대표는 아랑곳 않고 "도곡동 땅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땅이 아니다"는 이 전 시장의 말은 인용,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땅이 아니라 할 것이 아니라, 검찰에 동의서만 갖다 내면 된다"고 반박했다. "지금 피한다고 검찰이 계속 입 다물고 있겠냐"고 따졌다. 다시 이 전 시장 지지자들의 '야유'가 빗발쳤다. 일부 지지자들은 박 전 대표 연설 도중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고 비난도 쏟았다.
박 전 대표는 BBK사건연루 의혹도 직접 거론했다. 마침 이날 모 일간지에 BBK가 이 전 시장의 회사라는 김경준씨의 주장이 담긴 기사가 실렸다. 박 전 대표는 "주자조작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BBK는 누구 회사인가. 오늘 아침 신문에 실제 주인이 우리 당 모 후보라는 비밀계약서 까지 나왔다"고 말한 뒤 "'제2의 김대업' '정치공작' 아무리 외쳐봤자 서류 한 장만 나오면 어쩔 수 없다. 음모론만 외친다고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역설했다.
이 전 시장의 금품살포 의혹도 꺼냈다. 박 전 대표는 "아무리 돈을 써도, 아무리 줄을 세워도, 아무리 공천협박을 해도, 정의와 진실이 승리하는 한나라당이고 여러분의 양심과 의리로 당원혁명을 일으켜 달라"고 소리쳤다.
또 '이회창 후보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낫다'는 이 전 시장의 과거 발언을 꺼내며 당심을 공략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이회창 후보보다 열린우리당에 노무현 대통령이 낫다고 한 사람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사전에 준비한 연설문 원고에 없던 발언이다. 박 전 대표는 "DNA검사까지 받았다"는 이 전 시장의 주장도 받아쳤다. 그는 "100% 확실한 필승후보가 필요하다. 나 박근혜는 자신있고 나는 DNA 검사, 해 볼 필요도 없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DNA, 어머니의 DNA가 바로 내 핏속에서 흐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명보유에, 위전전입에, 위증교사에, 금품살포에 거짓말까지 이런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무슨 수로 막겠느냐"며 '이명박=불안한 후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연설회 전 3분간 상영하는 홍보영상물과 연설에서 지난 4·15총선 당시 지원유세를 상기시키며 당심을 파고들었다. 홍보영상물에는 총선 유세 당시 "마지막으로 한나라당과 저에게 기회를 한번만 더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는 박 전 대표의 육성과 당시 눈물을 흘리던 장면을 넣어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연설에서도 "당선되신 분들, 지금 다 어디로 갔느냐"고 물은 뒤 "하지만 나는 외롭지 않다. 나와 마음을 나눈 동지 여러분이 있고 이제 이틀 후 여러분이 혁명을 일으켜 달라"고 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