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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주자간 반목이 상상을 초월한다. '검증'공방의 초.중반까지만 해도 두 주자는 한 발짝 물러서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경선국면에 돌입하면서 두 주자가 공격의 전면에 나섰고 이때부터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의 갈등은 시작됐다.
4번의 정책토론회, 4번의 TV토론회, 12번의 합동연설회 과정에서 두 주자는 당원과 국민들에게 집권가능성에 대한 희망보다 '과연 두 사람이 다시 화합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를 안겼다는 평을 더 많이 듣는다. 최근 두 사람의 발언은 듣는 이마저 섬뜩하게 할 때가 종종있다. 그래서 당 안팎에서는 경선결과 보다 경선 이후를 더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두 주자간 반목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여러 군데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자리'신경전이다. 두 주자는 좀처럼 같이 자리를 앉으려 하지 않는다. 매 행사 때 마다 당 지도부는 두 주자가 화합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두 주자를 함께 앉히려 하지만 정작 두 주자는 썩 내키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 20일 서울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장애인비전대회에 두 주자는 나란히 참석했다. 행사전 당 지도부와 후보들간 담소시간. 먼저 기다리던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가 나타나자 고개를 돌렸다. 이 전 시장 옆에 앉아있던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박 전 대표에게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일어나자 박 전 대표는 "자리를 뺏는 것 같다"며 만류했다. 당 지도부 등 주변의 권유로 박 전 대표가 결국 이 전 시장 옆에 앉았지만 이 전 시장도 언짢은 듯 박 전 대표가 앉기까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9일 대전에서 열린 대전·충남지역 합동연설회에서는 연설회 전 당 지도부와 주자들간 긴급회의가 열렸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조율을 위해서다. 이때도 먼저 도착한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가 회의장에 들어서자 고개를 돌렸고 박 전 대표 역시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는 악수를 나눴지만 이 전 시장에게는 악수를 권하지 않았다. 이때는 자리가 정해진 탓에 굳이 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진 않았다.
10일 전주 합동연설회 전 두 주자는 오찬을 함께 했다. 지도부가 마련한 자리인데 오찬 메뉴는 '비빔밥'이었다. 강 대표는 이날 먹은 비빔밥을 '명근(이'명'박-박'근'혜의 줄임말) 비빔밥'이라고 이름지었다. 두 주자가 경선 이후 화합할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지도부가 만든 자리였지만 정작 두 주자는 이날도 '자리'신경전을 벌였다. 뒤늦게 도착한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 옆에 앉으려다 잠시 멈칫 한 뒤 "이거 어떻게 앉는거지"라고 말했다. 멋쩍은 듯 "기호 순서대로 앉는건가"라고 말을 돌렸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와 한 자리 떨어져 앉았다. 박 전 대표의 옆자리가 비어있었음에도 이 전 시장은 자리를 피한 것이다. 굳이 함께 자리를 앉고싶지 않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거기 앉으세요"라고 받아쳤다.
14일 두 주자는 당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대구에서 다시 만났다.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전날 '도곡동 땅'의 이상은씨 지분이 제3자 차명재산일 수도 있다는 검찰의 수사발표로 두 주자 모두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에서 얼굴을 맞댄 것이다. 두 주자는 연설회 전 귀빈대기실에서 마주쳤다. 분위기는 역시 냉랭했다. 다소 늦게 도착한 이 전 시장. 이번에는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이 두 주자를 함께 앉히려 했다.
이 전 시장이 들어오자 박 전 대표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박 위원장은 그에게 "이쪽으로 오시라"면서 자리를 양보했다. 그러자 이 전 시장은 "괜찮다"며 만류했다. 이 전 시장은 "괜히 선관위원장 자리를 빼앗았다는 소리만 듣는다"고 말한 뒤 박 전 대표와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두 주자는 이후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고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오는 20일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자와 패자가 가려진 뒤 두 사람이 나란히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의 속내를 다 알 수 없어 선뜻 예견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화합'보다는 '갈등'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