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남북정상회담 제1의 의제를 ‘북핵 폐기’로 꼽으며 연일 노무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3일 “남북정상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라며 “북핵 폐기에 합의하는 최우선 원칙이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성과 없는 회담’으로 끝날 경우 불 수 있는 ‘역풍’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의제’로 북핵 폐기를, ‘반드시 포함되지 말아야 하는 의제’로 NLL 재설정을 꼽으며 남북정상회담 의제 선정의 기준을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혁명열사릉 등 참관지 제한 철폐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NLL(북방한계선) 재설정 문제를 남북정상회담의 ‘4가지 금기사항’으로 꼽았다. 또 당내 ‘남북정상회담 TF팀’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의제를 선정한 뒤 발표할 계획이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의제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견지해야 된다”며 “반드시 포함돼야할 의제는 6자회담 합의보다 더 진전된 핵 폐기 확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드시 납북자, 국군포로 생사확인 등 분단 고통 해소에 관한 문제도 꼭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국민적 공감대 없는 통일방안, 6.15남북공동선언에 애매하게 적혀 있는 ‘낮은 단계 연방제’ 문제,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NLL 재협정 등은 (남북정상회담에) 들어가서는 안될 의제”라며 “현 정권이 남북정상회담을 알차고 투명하게 추진할 의지가 있다면 의제에 포함돼야 하는 것과 포함되면 안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12일로 예정됐던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준비접촉이 북측의 요청으로 14일로 연기된 것을 지적하며 “남북정상회담 초반부터 북측 의도대로 끌려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다. 북핵 폐기에 합의하는 최우선 원칙이 정립돼야 한다”며 “남북간 종전 협정은 차기 정권, 다음 대통령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국가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지워지지 않길 바라지만 그렇게 될 경우 남북관계발전법 21조에 의해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NLL이 영토 문제가 아니고 안보 문제라면서 협상 의제로 다룰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며 “NLL을 영토개념으로 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무 장관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서해교전과 1999년 연평해전은 NLL을 국가 주권의 문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도 이미 NLL을 기정사실화했으며 남북이 같이 인정한 해상 경계선”이라며 “이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남북 안보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국회브리핑에서 “여권 주변에서 NLL 재설정 문제와 을지포커스렌즈 훈련 축소.연기 문제를 자꾸 거론하고 있다”며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정상회담 의제로 올라서는 절대 안되는 사안들이며 원칙을 깨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 발전은 북한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는 형태로 돼서는 곤란하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