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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도 남지않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막바지, 전북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수성'과 '역전'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10일 전북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연설회에 이 전 시장은 '호남에서 여당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의 한나라당 후보'임을 부각했으며, 박 전 대표는 '불안한 후보론'을 거듭 강조하며 호남표심에 호소했다.
한나라당의 '불모지'라는 선입관이 무색할 만큼 전주 행사장은 찜통더위보다 더한 열기를 나타냈다. 무대를 중심으로 좌우로 나눠 자리잡은 이 전 시장측과 박 전 대표측 지지자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한 시간전부터 열띤 응원전을 벌이며 기싸움을 시작했다. 이 전 시장측은 '임꺽정'으로 유명한 탤런트 정흥채씨를 중심으로 한 연예인이 흥을 돋웠으며, 박 전 대표측은 송영선 의원이 객석 중앙연단위에 올라가 특유의 춤솜씨를 과시하며 '치어리더'를 자처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점차 공세수위를 높여만 가는 박 전 대표에 맞대응하기 보다는 '지지율 1위 후보, 호남에서 여당을 이긴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세굳히기'에 주력했다. 연설에 나선 이 전 시장은 "전북에서도 여당후보를 제치고 30%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동쪽, 서쪽 한쪽에서 지지받는 '반쪽 대통령'이 아니라 전국에서 지지를 받아 '완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신했다. 곧이어 이 전 시장은 "지역주의를 끝장내자"고 소리 높였다. 박 전 대표의 날선 공세에 대해 이 전 시장은 "지난 6개월간 수많은 음해를 받았지만 하나도 나타난 게 없다. 모든 게 새빨간 거짓이었다"면서 "남을 음해하고 남을 비방하는 3류 정치는 이제 끝을 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차단하는데 그쳤다.
이 전 시장은 또 지역 최대현안인 새만금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며 호남표심을 공략,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지역춣신 연예인 김수미 송대관을 좋아한다고 소개한 뒤 "송대관의 '쨍하고 해뜰날'을 좋아한다. 이 노래를 듣고 어려웠을 때 용기를 얻었다"며 "전북에 '쨍하고 해뜰날'을 만들겠다. 새만금에 '쨍하고 해뜰날'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질풍노도의 바다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본 지도자만이 김정일과 북한을 상대할 수 있다"며 '강한 리더십'을 주장했다.
'역전'을 자신한 박 전 대표는 자신을 향해 "독해졌다"고 말한 이 전 시장의 발언을 거론하며, 검증공세에 많은 유세시간을 할애했다. 박 전 대표는 "나보고 요즘 독해졌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다"면서 "나 박근혜는 법을 지키고 거짓말 안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에게는 누구보다 부드러운 사람 아니냐"고 되물은 뒤 "그러나 법을 안 지키고 거짓말 잘하고 수단방법을 안 가리고 부정축재를 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보다 무서운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반칙과 부정부패는 영원히 추방하겠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이번 선거는 당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는 이 전 시장의 말을 되받아 인용한 뒤 "본선에서 승리할 후보가 과연 누구냐"고 지지자들에 물으며 자신의 '본선경쟁력'을 내세웠다.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박근혜"를 연호했고, 이에 박 전 대표는 "5년 전 우리는 깨끗한 후보를 내놓고도 이 정권의 공격에 무너졌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우리 후보가 부동산에, 세금에, 위장전입에 거짓말 까지 모든 것이 의혹투성이라면 과연 이길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는 "나는 북한 때문에 어머니를 흉탄에 잃은 사람이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북한과 마주할 수 없던 사람이지만 내 개인의 아픔보다 남북관계의 미래가 더 중요했고 그래서 2002년 평양에 가서 김정일과 마주 앉았다"면서 방북 당시를 언급했다. 박 전 대표는 "김정일에게 당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했고 합의할 것은 합의했다. 북한의 비위를 맞추고 눈치를 보면서 끌려 다녀서는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홍준표 의원은 박 전 대표측 지지자들과 자신의 지지자들이 무대 좌편에 함께 앉은 것을 보고 "오늘은 박 전 대표측과 그리 섞여있으면 어떻게 하나. 이 전 시장측에서 오해한다"며 너스레를 떨며 연설을 시작했다. "경선의 막바지에 정말 서로가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해 아름다운 경선으로 마치도록 저는 기원한다"고 말한 그는 "청와대에 빈손으로 갔다가 빈손으로 나오는 최초의 '청빈대통령'이 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원희룡 의원은 "호남이 앞장서고, 전북이 앞장서서 한나라당을 통해 정권교체할 때 진정한 국민통합과 국정운영의 성공을 주도할 수 있다"며 지역주의 타파를 역설했다. 그는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을 두번 뽑았지만, 결과는 보잘 것 없었다. 지난 10년간 '한풀이 정부'는 성공했을 지 몰라도 국민통합과 국정운영은 실패했다"면서 '호남을 대변하고 국민통합을 이룰 우량벤처기업'인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전 시장의 연설 도중 일부 지지자들이 '이명박'이라고 적힌 푸른색 손수건을 흔들자, 반대편에 자리했던 박 전 대표 지지자측에서 고함을 지르며 강력히 항의해 잠시 행사장이 어수선해졌다. 또 일부 흥분한 지지자들은 이 전 시장에게 야유를 보내며 유세를 방해하는 모습을 보여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전주 행사장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야유가 자주 나왔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박사모는 행사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 응원단이 '이명박 부채'를 들고 있고 SBS 여론조사 결과를 불법적으로 당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전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