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검증청문회'가 끝난 다음 날인 20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만났다. 두 사람은 이날 서울 올림픽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당 주최 '장애인 비전 전진대회'에 참석했다. 지난 1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당 청년위원회 출범식 이후 사흘만이다.

    당시 악수만 한번 나누고 단 한차례 대화도 나누지 않았던 두 사람은 이날 행사 직전 잠시 대화를 나눴다. 청문회 직후 마련된 행사라 두 사람의 만남 자체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행사와 달리 대화를 나눴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불편하고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먼저 도착한 이 전 시장은 청문회에서의 피로가 덜 풀린 듯 발걸음이 약간 무거워 보였다. 청문회 직후 이 전 시장에 대해 '도곡동 땅' 의혹이 언론과 범여권 의원으로 부터 제기되면서 이 전 시장은 행사참석이 다소 불편하고 피곤한 듯 했다. 실제로 이 전 시장은 행사 전 강재섭 대표와 참석한 의원들에게 "오늘은 좀 쉬게하지…"라고 말했다. 강 대표가 이 전 시장에게 "어제 고생했다. 계속 방송을 했어야 했는데… 뒷부분에 좋은 얘기 많이 나오던데…"라고 인사하자 이 전 시장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런 불편함은 이 전 시장의 행동에서도 노출됐다. 2분 여 뒤 박 전 대표가 도착했다. 강 대표를 비롯, 맹형규 박진 이주영 의원 등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 전 대표를 맞았지만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를 쳐다보지 않았다. 박 전 대표 역시 이 전 시장과의 만남이 썩 내키지는 않는 듯 했다.

    이 전 시장 옆자리에 앉아있던 이주영 의원이 박 전 대표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이쪽으로 앉으세요"라고 하자 박 전 대표는 "자리를 뺏는 것 같다"며 만류했다. 그러나 이 의원과 주변 참석자들이 함께 자리를 하라 요구하자 박 전 대표는 결국 이 전 시장 옆에 앉았다. 박 전 대표가 자리에 앉으려 하자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에게 "왔어요"라며 악수를 건넸고 박 전 대표도 "오셨어요"라며 답했다.

    이때부터 행사시작 전까지 약 1분여동안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두 사람에게 대화소재를 준 것은 사진기자들이었다. 두 사람에게 포즈를 요구했고 주변에서 "매번 두 분이 다른 곳만 쳐다보는 것만 찍는다"고 불만을 토로하자 두 사람은 대화를 시작했다. 이 전 시장이 포즈를 취하자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에게 "오늘은 계속 같이 쳐다봐요"라고 요구했다. 이때 이 전 시장이 잠시 다른 곳을 응시하자 박 전 대표는 다시 이 전 시장에게 "저도 좀 쳐다 봐주세요"라며 농을 던졌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함은 묻어났다. 다음 대화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이주영 의원이 "이제 검증도 끝났는데 두 분 계속 쳐다보시죠"라며 두 사람간 대화를 이끌어 가려 했으나 두 사람 모두 침묵했다. 그러자 이 전 시장이 먼저 전날 청문회를 거론하며 박 전 대표에게 "난 어제 (청문회를)4시간 10분이나 했어요"라고 엄살을 피웠다. 박 전 대표가 "저는 3시간 40분 했어요"라고 받아치자 이 전 시장은 다시 "(예정시간보다)1시간이나 더 걸렸어요"라며 청문시간을 두고 신경전(?)도 벌였다. 이후 행사장에서 두 사람은 멀찌감치 떨어져 자리를 잡았고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