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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부산을 16개 시·도 당원간담회의 마지막 장소로 선택했다. 텃밭인 '영남'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 승기를 잡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는 부산 등 영남지역에서 이 전 시장을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표 측에서도 경남지역을 제외하고는 월등히 앞선다고 한다. 최근 경남의 분위기도 바뀌었다는게 조직을 담당하는 이성헌 전 의원의 설명이다. 박 전 대표의 당원간담회가 열린 부산 BEXCO 컨벤션홀은 박 전 대표 지지자들로 가득찼다.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행사장은 5000여명이 참석해 발디딜 틈이 없었고 행사장 밖에서도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북·꽹과리 등을 이용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마지막 일정인 만큼 최병렬 서청원 전 대표와 부산지역 의원들이 총출동했으며 유정복 한선교 김영선 김용갑 의원 등도 참석해 지원사격을 펼쳤다. 또 전직 부산 시의원 27명은 이날 박 전 대표 지지를 선언하며 힘을 보탰다.
최근 박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을 반영하듯 이날 행사는 이전 보다 뜨거웠다. 행사 전 부터 참석자들은 "박근혜"를 연호했고 북과 꽹과리 등을 이용한 각종 퍼포먼스에, 비보이의 축하공연까지 선보였다. 특히 박 전 대표는 비보이 공연 당시 무대로 올라가 함께 율동을 따라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당원들 앞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등 대중친화적인 모습도 선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홍보 동영상을 상영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고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부산 시민들의 동영상을 상영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홍보동영상에는 퍼스트레이디 역할 대행시절 영상을 담아 국정경험을 부각시켰고 '여성'의 유약함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표시절 사립학교법 반대 장외집회 영상을 선보였다. 또 각국 정상들을 만난 영상으로 라이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비해 '외교력'에서 우위에 있음을 강조했다. 천막당사 시절 박 전 대표의 영상물을 지켜본 일부 지지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영상물 상영이 끝나자 5000여명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박근혜"를 외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마침 이날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지지율 격차가 7.1%P까지 줄었다. 박 전 대표에게도 이 같은 결과가 보고됐다고 한다. 이런 여론의 변화에 박 전 대표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 보였고 표정도 매우 밝았으며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찼다. 연설시간도 평소보다 5분여간 더 할애했으며 이날 연설은 이전과 달리 부산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공약까지 발표하며 표심을 공략했다.연단에 선 박 전 대표는 가장 먼저 부산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박 전 대표는 "부산 사나이 아지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부산 양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때 뒷산에 올라가 석빙고 아이스께끼를 사먹고 앞뜰에서 그네를 탔던 기억을 아련하지만 생생하게 기억하는 박근혜 인사드립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5000여명의 참석자들은 "박근혜"를 연호했다.
참석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박 전 대표도 신이 난 듯 "항상 찾아 뵐 때마다 따뜻하고 열렬하게 맞아주고 큰 성원을 보내주는 부산시민 여러분에 마음 깊이 감사함을 간직하고 있다. 오늘 이렇게 뜨거운 열정을 갖고 계신 우리 부산당원 동지여러분을 뵈니까 내 몸속에서 더욱 큰 용기가 솟아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이 어떤 곳이냐. 6.25때 나라를 지켰던 최후의 보루다. 부산이 있었기에 나라를 되찾을 수 있던 것 아니냐. 올해 정권교체도 부산에서 부터 시작해달라. 부산에서 정권교체의 강한 태풍을 전국으로 불어 큰 바람을 일으켜 달라"고 주문했다.
참석자들에게 경선에 대한 자신감도 나타냈고 자신의 당선당위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박 전 대표는 "우리를 앞서간 선진국의 공통점을 보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 우리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원한다"면서 "그런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누가 만들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참석자들은 "박근혜"를 연호했다. 박 전 대표는 "나 박근혜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어 부산에 희망이 되겠다"고 화답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좀처럼 하지 않던 농담도 곁들여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대표 경제구호인 '줄푸세'(정부 규모는 줄이고 각종 규제는 풀고 법치를 세우자)를 강조하기 위해 지역특색을 살린 농담을 던졌다. 그는 "부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자갈치 시장이다. 그 자갈치 시장에는 세 마리 유명한 소가 있다"면서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게도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 수 있는 세 마리 소가 있다"면서 "'줄이소' '푸이소' '세우이소'"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머쓱한 듯 웃었다. 그러자 참석자들은 "줄푸세"와 "박근혜"를 번갈아 가며 연호했다.
박 전 대표는 또 "부산의 상징인 부산갈매기는 저 높은 하늘에서도 바다속에 멸치를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밝은 눈을 갖고있다"면서 "부산갈매기 같이 밝은 눈으로 깨끗하고 당당한 지도자를 뽑아 정권교체를 이뤄달라"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했고 박 전 대표는 "내가 믿어도 되겠습니까"라고 확답을 받았다. 다시 참석자들은 "박근혜"를 외쳤다.
박 전 대표는 "내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러분과 함께 한나라당을 살렸듯 대한민국을 살려내겠다"고 말한 뒤 "내게 당을 맡겼을 때 여러분 선택이 옳은 것이었습니까"라고 물었다. 참석자들은 "맞습니다"라고 답했고 그러자 박 전 대표는 "이번에도 여러분 선택이 옳았음을 꼭 보여드리겠다"면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부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