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16개 시·도를 돌며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2일 라이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심장부로 꼽히는 서울 지역 표심 공략에 본격 나섰다.

    박 전 대표의 서울지역 당원간담회가 열린 잠실 역도경기장에는 8000여명의 지지자가 몰렸다.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행사장에는 자리가 모자라 상당수 지지자들이 바닥에 앉아야 했다. 박 전 대표 진영은 최근 이 전 시장의 서울지역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이번 당원간담회를 서울 공략의 중요한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전 시장의 텃밭이자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서울을 무너뜨리면 이 전 시장의 조직은 급격히 와해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이날 당원간담회에는 캠프가 총출동했다. 안병훈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해 서청원 최병렬 전 대표와 캠프 소속 의원 고문 및 의원, 지역 당협운영위원회 위원장들 대다수가 참석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지지자들 역시 이곳이 이 전 시장의 텃밭이란 점을 고려, 총출동해 세몰이에 힘을 보탰다. 박 전 대표도 이날 간담회에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인사말도 평소보다 길게 했고 행사가 끝난 뒤에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참석자들과 '젊은그대'를 합창하며 당심을 파고들었다.

    박 전 대표는 '누가 더 신뢰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후보냐'고 물으며 자신이 여권의 정치공작에 끝까지 버틸 후보란 점을 강조했다. '검증' 이후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이 전 시장을 겨냥한 공격이다. 박 전 대표는 "정직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나라, 법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나라, 땀 흘린 만큼 대가를 받는 나라, 안보는 나라가 튼튼히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나라가 선진국 아니냐"며 "그런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고 8000여명의 참석자들은 "박근혜"를 외쳤다.

    박 전 대표는 "내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을 살려냈듯이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이 나라를 살리고 5년 안에 선진국을 만들겠다"면서 "여러분의 선택이 옳았음을 반드시 보여드리겠다"고 강한 자신감도 나타냈다.

    캠프 소속 의원들도 박 전 대표를 거들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혜훈 대변인은 이 전 시장을 겨냥, "의혹이 나오자마자 한 달만에 20%의 지지율이 빠지는 후보가 있다. 그런 후보는 안된다"며 '이회창 학습효과'를 자극했다. 그는 "검증을 하면서 지지율이 오르는 후보가 있다"면서 박 전 대표를 치켜세웠고 "'이명박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이명박 나빠져, 박근혜 좋아져'라는 말이 신문 1면 톱에 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위기에 강한 사람이 누구냐. 바로 박근혜다"고 주장하며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에 비해 위기관리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청원 전 대표는 "침몰 직전의 한나라당을 살린 사람이 누구냐"며 지지를 호소했고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역대 정부를 보면 '국민의 정부' '문민정부' '참여정부' 등 이름을 붙이는데 박 전 대표에게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이름을 붙이려느냐'고 물어봤더니 박 전 대표는 한참동안 망설이다 '내가 이름을 붙이기보다 그 정부가 끝날 무렵, 아니면 그 훨씬 전에 국민들이 그 정부를 '화합의 정부'라 불러주면 정말 고맙겠다'고 했다"면서 박 전 대표가 화합의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팔도 사람들이 다 모인 수도 서울에서 박 전 대표의 꿈이 먼저 이뤄지기를 갈망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최병렬 전 대표도 "요즘 밖에 나가면 왜 싸우느냐고 질책을 많이 하는데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은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라며 '검증'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최 전 대표는 "우리는 두 차례나 이회창이라는 훌륭한 후보를 갖고도 실패했다"며 "저들(여권)은 상상할 수 없는 온갖 짓을 다한다. 그들의 장난 앞에 살아남을 수 있는 후보를 내지 못하면 그 결과를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지금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회창 전 총재 때 경험한 쓰디쓴 패배를 자초하지 않을 후보를 찾으려고 몸부림 치는 것"이라며 "이 시간 이후 만나는 사람들에게 알려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