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9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을 향해 “검찰에 운명을 맡겨버리는 해괴망측한 행동을 하고 있다. 정신 나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캠프 같다”고 맹비난하며 고소·고발 취하를 촉구했다.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씨와 (주)다스가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서청원 상임고문, 유승민·이혜훈 의원을 고소해 검찰이 대선에 개입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자충수’를 뒀다는 것이다. 당내에는 검찰 수사가 대선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제2의 김대업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당 지도부는 한 목소리로 이 전 시장 측의 고소고발 취하를 촉구했다. 특히 강 대표는 10여분간 마이크를 잡고 “‘슬기롭게 하겠지’라고 생각해 며칠을 기다렸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고소고발 사태까지 치달은 상황에 대해 ‘빅2’ 진영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강 대표는 “어느 캠프에서 검찰에 특정 언론이나 상대편 인사의 처벌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제출했다”며 “당에 검증위원회를 왜 만들었느냐. 우리 스스로 국가기관에 우리의 운명을 맡겨 버리는 해괴망측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 총리실, 수자원공사 (대선에) 개입하지 말라고 하면서 검찰에 대고 운명을 알아서 해달라고 했다. 이게 무슨 꼴이냐”고 개탄했다.

    그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비슷하다”며 “자율적으로 우리끼리 정화하고 검증할 수 있는데 검찰에 수사해달라고 하는 것은 ‘우리끼리는 자율적으로 할 수 없으니 신탁통치 해달라’는 것이나 똑같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외적에 대해 사생결단으로 싸워야 하지만 집안싸움은 최소한의 정도는 지켜야 한다”며 “오늘 당장 검증과 관련해 캠프차원에서 수사기관이나 외부기관에 고소고발한 사건은 모두 취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 전 대표 측에 대해서도 “상대 후보의 의혹을 검증위에 조용히 제출하도록 했는데도 불구하고 연일 언론에 공표해서 골육상쟁을 유발하고 있다”며 “전과 몇 범이다, 골프 치면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다 등의 이야기는 검증위에 와서 이야기하면 된다. 당은 있으나 마나 한 것 같은 이런 태도는 고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우리 후보 측이 실수라고 할까, 감정적인 대응을 해서 후보와 당의 운명을 검찰에 맡기는 꼴이 됐다”며 “우리 내부적으로 일어난 것은 고소고발을 즉각 취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형근 최고위원도 “국민들이 한나라당 경선에 혀를 차고 있다. 창피하다”며 “서로 비방하는 한계를 고소고발까지 해서 경선 뿐 아니라 대선 구도 자체가 검찰에 의해 좌지우지 되게 됐다”고 말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야당 후보를 끌어내리려고 혈안이 돼 있는데 캠프에서 대책 없이 말려들고 있다”고 했다.

    당 국책자문위원원 10여명도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작금의 상식을 초월한 이·박 양 후보 진영의 폭로와 비방, 반격 등 끊임없는 이전투구는 한나라당의 정권교체 대업마저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심각한 실정”이라며 “양 후보 진영은 자숙하고 자중자애해 비전제시와 차별화된 정책대결로 선택 받아 모두가 승리하는 상승경선이 되도록 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