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담화문을 통해 국민연금법, 로스쿨법 등 민생개혁 법안의 국회 처리를 촉구하며 한나라당을 비판한 것과 관련, 한나라당은 27일 “적반하장이다. 정략적이고 무책임한 야당 걸기다”고 강력 반발했다. 특히 민생개혁 법안 처리 지연이 ‘한나라당의 발목걸기’ 때문이라는 노 대통령의 비판을 “자신의 레임덕 방지를 위해 국정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노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담화문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프린트한 담화문을 직접 보면서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 때문에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한 법안에 대해 한나라당의 입장과 국회 처리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며 “노 대통령이 언제부터 민생을 걱정했느냐. 적반하장이다”고 분개했다.

    김 원내대표는 “올 정초부터 6개월 동안 개헌문제로 (국정을) 흔들어 놓고 기자실 통폐합하겠다고 하고, 대선개입하고, 헌법과 선거법 유린하고 선관위 무시하는 등 민생과 거리 먼 정략적인 이슈를 속속 제기해서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다”며 “그 여파로 국회를 싸움판으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정부가 만든 법을 무조건 통과시켜 달라는 주장은 국회의원을 거수기로 생각하는 발상이다. 한나라당이 발목을 잡아서 안된다고 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발목은 잡았느냐”며 노 정부 이래 국회에서 통과된 정부제출 법안 수치까지 제시한 뒤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제출한 법안에는 적극 협조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발목 잡는다고 하는 것은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즉흥적 감정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6월 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위해 원내대표 회담을 열자,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을 열자고 하는데 꿀 먹은 벙어리가 어느 쪽이냐”며 “7월 국회를 열어야할 필요성이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야할 쪽은 열린우리당과 분당해 나간 사람들이다. 자기들 말대로 합치면 과반수가 넘는다니 그들 태도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7월 국회도 지금 6월 국회처럼 일하지 않는다면 열어서 뭐하느냐. 오늘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사람은 한나라당 의원 밖에 없다”며 “모든 것은 열린당과 제3당, 노 대통령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 핵심에 자신이 있다는 것으로 민생이야 표류하든 말든 레임덕을 방지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국회와 각을 세움으로서 선거법 무시, 선관위 무시, 국회 무시의 또 다른 3관왕이 되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7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열어 달라고 열어야 하느냐. 국회에도 입법권과 고유권한이 있는데 (7월 국회를) 할 이유도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며 “노 대통령은 오히려 열린당에 가서 이야기해라”고 일축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노 대통령은 존중해야할 국회의 입법 자율권을 언급하고 나왔다”며 “노 대통령이 임기 말에 여러 분란을 만들며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법을 어기고 중앙선관위 경고 결정에 헌법소원으로 도전하는 등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정의 한 가운데 자신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안간힘 쓴다”며 “오늘 담화도 그런 것 중 하나”라고 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국회 현안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하면서 마치 한나라당이 정략으로 민생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난한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은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그동안 원내대표 회담, 원내수석부대표 회담 등을 수차례 제기했으나 탈당하느라 정신없는 열린당이 응하지 않아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대통령이 탈당하고 열린당 의원들도 1차 탈당, 2차 탈당, 3차 탈당 등 날만 새면 탈당에 정신없고 국회를 팽개치면서 한나라당이 법안 처리를 외면하는 듯 호도하는 것이야 말로 정직하지 못한 부도덕한 행태”라며 “헌법무시, 관권선거, 언론탄압, 야당파괴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좌파정권 재창출에 몰두하고 있는 노 대통령은 무책임하고 근거 없는 야당 걸기를 중단하라”고 공격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야말로 연일 토론회니 담화니 하며 국민의 전파를 사유화하지 말고 국정에 전념해라”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