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꾸 안하면 되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25일 한나라당 지도부가 마련한 경선후보와의 만찬 참석 전 '박근혜 후보가 세게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고 만찬장으로 들어갔다.

    지난달 4일 열린 강재섭 대표와 박근혜 이명박 두 후보간의 3자회동 당시 박 후보로 부터 뜻밖의 일격(?)을 당한 만큼 이번에는 박 후보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의 표현으로 읽힌다. '후보검증'을 두고 두 후보 진영간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의 만남인 만큼 이 후보 역시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날 만찬은 특별한 충돌없이 끝났다. 박 후보의 공세에 대비, 철저한 사전준비를 한 이 후보는 만찬 도중 이전과 분위기를 감지한 뒤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이 후보와 캠프내에 위기감이 팽배하다는 기사를 의식한 듯 이 후보는 이날 만찬에서 시종일관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만찬 직후 '박 후보와 화해의 제스처 등을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후보간 싸운일이 없는데 화해의 제스처를 할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고 '오늘 만남에서 앙금은 좀 풀었느냐'는 질문에는 "앙금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선을 하다보면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다소 과열된 모습도 있고 불만스런 모습도 있지만 자제하기 위해 오늘 모였고 의미가 있다"면서 박 후보와의 신경전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만찬자리에서도 이 후보는 최근 박 후보와의 충돌에 대해 "후보 생각보다 종종 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권교체에 플러스가 되지 않는 것은 자제하자"고 먼저 제안한 뒤 "나 자신부터 그렇게 하겠다"면서 지지율 1위 후보로서의 여유를 보여주려 애썼다. 

    강 대표가 "경선 끝나면 어금니 깨물고 헤어질 것처럼 언론에 보여서 되겠느냐"고 하자 이 후보는 "갈 데가 어디 있느냐"고 했고 "당 검증위원회와 윤리위원회, 네거티브 감시위원회 모두 공정하게 하고 있으니 당을 믿어달라"는 강 대표의 요구에 이 후보는 가장 먼저 "조심하겠다. 이 분들 그만 두시면 정말 곤란하지 않겠느냐"면서 타 후보들의 동의도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