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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진흙탕 싸움이고 소리 없는 전쟁이라고 하지만, 2007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는 그 정도가 심하다. 한나라당의 경선 과정도 정상이 아니지만, 대선을 앞둔 여당 의원들의 탈출 러시와 전·현직 대통령들의 과도한 개입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가히 ‘소용돌이의 한국 정치’의 결정판을 보는 것 같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대단히 중요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여권이 통합을 향한 전열을 정비하는 데다 때를 앞당겨 한나라당 예비 후보들에 대한 파상적인 공격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저들은 정상적으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고, 여권 통합을 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보기 때문에 한나라당 후보들에 대하여 경선 초반부터 흠집을 내겠다는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 여기서 한나라당과 후보 진영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금년 대선의 양상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이명박 후보에게 고언하고 싶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1위 후보에 대한 견제 심리의 발동이라는 차원도 있고, 폭넓은 지지에서 오는 약한 충성도의 문제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가 여부이다.
무엇보다도 선거는 국민의 마음을 구하는 행위이다. 민심은 언제든지 표변할 수 있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아직 민심의 큰 변화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수치를 떠나 이명박 후보는 민심을 붙들고 있는지를 잘 성찰해 봐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에 문제가 없는지, 국민과의 대화를 하면서 오만하지는 않았는지를 냉철히 점검해야 한다.
이명박 후보는 오랜 세월 기업 경영을 했었다. 4년간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의 업적도 CEO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국가 경영을 하겠다고 나섰다. CEO의 경험은 국가 경영에 있어서도 큰 자산이 되겠지만, 엄연히 말해서 기업 경영과 국가 경영은 많이 다르다. 더욱이 이명박 후보가 전성기를 누렸던 1970~1980년대와 2007년은 시대 상황이 많이 다르다. 혹시라도 과거에 얽매어 있거나 고정관념에 빠져 있지는 않는지를 잘 반성해야 한다. 국가 비전이라는 것도 시대적 조건을 감안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잘못 생각한 일에 대하여 과감하게 고치는 것도 지도자의 좋은 덕목임을 상기하고 싶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높은 지지는 그의 능력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 때문이다. 특히 그의 능력이 현란한 말이 아닌 경륜과 실천력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단단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국민들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필자의 판단은, 작금의 지지도 하락은 여권과 당내 경쟁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 따른 것보다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아직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향후 5년 동안의 국정 방향과 청사진을 제시하고, 보다 감동적인 메시지와 역동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긴요하다고 본다.
비슷한 맥락에서 그 동안 캠페인 과정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국민들은 늘 지도자들로부터 자기 희생이든 변화이든 뭔가 신선한 모습을 기대한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가 말한 것처럼 정치는 연극이다. 때로는 연출을 할 줄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 경선 기간이 많이 길어진 데다 후보들의 캠페인이 너무 구태의연하기 때문에 싫증이 나고 감동이 없다는 지적에 대하여 겸허하게 반성해야 한다.
박근혜 후보 역시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지지도 상승은 비록 이명박 후보의 하락세에 따른 반사 이익의 측면이 있지만, 지지도가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 자체는 분명히 좋은 일이다. 박근혜 후보로서는 ‘이제 해볼 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자산으로서, 연예인 못지않은 매력을 가진 지도자로서, 박근혜 후보의 지지도 상승은 고무적인 일이다. 보완재이든 대체재이든, 한나라당의 자산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혹시라도 지지도 상승이 네거티브 캠페인에 따른 효과라고 생각하고 이 방향으로 계속 밀고 가는 것은 금물이다. 지지도 상승 경향이 계속되라는 법도 없거니와, 더 이상의 네거티브 캠페인은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될 수가 있다. 이미 여권에서는 박 대표에 대해서도 광란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지 아니한가! 여권의 공작에 대하여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후보들이 공동 전선을 펼쳐야 할 시점인데, 한나라당 후보들끼리 공격하면 여권의 공작을 도와주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 하락은 네거티브 캠페인의 산물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박근혜 후보가 포지티브 캠페인을 통하여 지지도가 계속 상승하고, 그 결과 한나라당 후보가 된다면 본선 경쟁력도 배가되겠지만, 네거티브 캠페인을 통하여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고, 따라서 본선 승리를 장담할 수가 없게 된다. 얼마든지 포지티브 캠페인이 가능하고, 그런 역량이 박근혜 후보에게 있기 때문에 본인을 위해서나, 한나라당의 승리를 위해서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여권의 전략은 너무나 명백하다. 한나라당의 원심력을 고조시키고, 한나라당 후보들의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저들의 전략을 모른다면 멍청한 것이고, 저들의 전략을 알고도 거기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것은 부도덕한 짓이다. 1930년대와 1940년대, 중원을 놓고 패권을 다투었던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은 철천지원수인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기 위하여 두 차례나 국·공 합작을 했는데, 하물며 같은 당의 동지라는 사람들이 더 큰 승리를 위하여 연대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지금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불어 닥치고 있는 시련은 하기에 따라서는 보다 더 큰 기회일 수 있다. “비바람을 겪지 않고 어떻게 무지개를 볼 수 있겠는가?”(중국 속담) “회오리바람은 아침 내내 불지 않고 소나기는 하루 종일 내리지 않는다.”(도덕경) 그러나 한나라당과 한나라당의 양대 후보들이 하늘이 준 자기 단련과 성찰의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한다면 승리를 놓치게 될 것이다. “적의 너무나 어설픈 실수 덕으로 승리를 얻은 군은 당장 그 승리에 우쭐해져서 다음 싸움에서는 고배를 마실 위험이 있다.”(니콜로 마키아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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