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11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무차별 공격하는 과정에서 같은 당 소속인데도 박근혜 전 대표측 의원들은 별다른 반발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점에 이 전 시장측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본회의장에서는 열린당 박영선 의원과 송영길 의원이 옵셔널벤처스사와 이 전 시장의 연루설을 제기하면서 특검제 도입, 국정조사, 청문회 실시 등을 주장하는 동안, 한나라당측의  "인신공격 말라" "저게 대정부 질문이냐"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이 과정에서 이병석 이재웅 의원은 단상으로 뛰어나가 사회를 보고 있던 이용희 국회부의장에게 대정부 질문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간 고성과 공방이 오가는 동안 이 전 시장측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박 전 대표측 의원들은 '강건너 불보듯 했다'는 것이 많은 본회의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창피한 줄 알아라"(이병석 의원), "별도 기자회견을 해라"(김희정 의원) "다 나가자. 여기 앉아 있을 이유가 있느냐"(박순자 의원) 등 좌석에서의 반발은 물론, 직접 질문 저지에 나선 이병석 이재웅 의원 역시 이 전 시장측 일색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02년 2월 대정부질문에서 이회창 당시 총재의 장남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송석찬 의원을 반격하던 '단합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원내총무였던 이재오 의원은 송 의원 발언 관련 속기록 삭제와 국회 윤리위 제소방침을 밝혔으며, 김무성 의원은 질문 중이던 송 의원을 단상 아래로 밀어내는 데 동참했었다. 이들은 현재는 이 전 시장 캠프와 박 전 대표 캠프의 '좌장'으로 통하지만 당시에는 분명히 '동지'였다.

    중립 성향의 한 의원은 "뒤이어 박진, 김기현 의원이 대정부질문을 통해 열린당 주장을 '정치공세'라고 반박할 때에도 이 전 시장쪽은 좋아하고, 박 전 대표쪽은 멀뚱멀뚱 가만히 보더라. 항의할 때도 (박 전 대표쪽은) 가만히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전 시장 캠프에서는 "혹시 탁자 아래에서는 박수치고 있었던 거 아니냐"며 농담 아닌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 전 시장측 한 초선 의원은 "내가 소리치고 반격하려니, 박 전 대표측 의원이 말리더라"며 허탈해 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대정부질문이라는 게 원래 야당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야당의 장'이 아니냐"면서 "오히려 여당에서 야당 유력 대선후보를 박살내는 데 아무 반발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지금 워낙 경선 경쟁이 과열되다보니 그런 반응이 나왔다고 본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다른 상황이 아니냐"며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