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대역전극'을 계획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6월 초부터 추격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라이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검증의 칼을 빼든 박 전 대표의 행보는 거침없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지며 '검증카드'가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박 전 대표는 고삐를 더욱 바짝 조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광주에서 열린 첫 정책토론회를 통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판단한 박 전 대표 캠프는 8일 부산에서 열린 두번째 정책토론회로 이 전 시장 보다 현실성있고 내실있는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이날 토론 주제인 교육과 복지 분야는 박 전 대표가 가장 관심이 큰 분야이며 '21세기 국가경쟁력=인재'란 인식 아래 정책을 준비해온 만큼 캠프 내부에선 이번 토론회 역시 이 전 시장에 상대적 우위를 점했다는 평을 하고있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권이 강행처리한 사립학교법에 반대해 53일간 장외투쟁을 진두지휘 하면서 교육분야에 대한 선점도 하고있다는 판단이다.

    자신의 측근인 곽성문 의원의 발언으로 촉발된 '검증공방'에도 사흘간 침묵하며 이날 토론회 준비에 총력을 기울인 박 전 대표는 의상부터 표정까지 많은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토론의 내용만큼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모습 또한 토론회의 승패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박 전 대표는 겉으로 표출되는 이미지에 심혈을 쏟았다.  

    그래서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고 돌발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구체적인 수치로 맞대응하는 침착함도 나타냈다. '정수장학회'문제를 꺼낸 홍준표 의원에게는 "홍 의원이 나한테 질문한 내용은 오늘 정책토론회와 별 관계가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답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질문을 어떤 상황에서 하느냐를 갖고도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점을 유념해 달라"며 여유있게 충고부터 했다.

    박 전 대표가 지난 토론회에서 이 전 시장 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 역시 이같은 이미지에서 앞섰기 때문이란 평도 나온다. 때문에 지난 토론회에서 다소 딱딱했다는 지적을 받은 박 전 대표는 이번 부산 토론회에서는 특유의 부드러움을 내세워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토론에 임했고 성과도 있었다고 자평한다.

    이날 박 전 대표는 빨간색 재킷을 입었다. 이 전 시장을 비롯한 경쟁 후보들이 똑같이 검은색 정장을 입어 시각적인 차별화를 두지 못한 반면 박 전 대표는 빨간색 재킷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효과를 얻었다는 평이다. 계절감각에 다소 맞지 않다는 평도 있었지만 박 전 대표의 빨간색 재킷은 '역전'의 상징으로도 꼽힌다.

    이 전 시장과의 대리전 논란을 일으킨 지난 7·11 전당대회 당시에도 박 전 대표는 빨간색 재킷을 입고 참석해 주변의 시선을 집중시킨 바 있다. 당시 박 전 대표의 지원사격을 받은 강재섭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이재오 최고위원에 크게 뒤떨어졌만 박 전 대표 지지성향의 당원들의 힘을 바탕으로 역전극을 만들어냈다.

    당시 언론과 정가에서는 박 전 대표의 '빨간색 재킷'의 시각적 효과가 전당대회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내놨다. 박 전 대표는 지난 광주 정책토론회에 이어 이날 토론회에서도 '육영수 스타일'로 불리는 '올림머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