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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6일자 사설 <대통령을 어찌해야 하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에서 자신의 지난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에 대해 “선거활동(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에 대한 중상모략을 정책적으로 반론한 것이다. 대통령의 입을 막고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세계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그 특강이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고 했다. 대통령은 특강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끔찍하다” “(이명박씨가 공약한 대운하에) 제정신 가진 사람이 투자하겠나” “해외 신문에 한국의 지도자가 독재자의 딸이니 뭐니 하는 얘기가 나오면 곤란하다” “손학규씨가 왜 여권인가. 이것은 정부에 대한 모욕이다”는 말로 온 나라를 들쑤셔 놓았다. 대통령은 오는 12월19일의 대통령선거 때까지 이런 행동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나라가 어찌되건 내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들이 설마 설마 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 걱정하고 불안해 하던 일이 불과 며칠 만에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통령은 이러면서 ‘선거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고 피해 나갔다. 대통령이 면책특권이 있다고 하지만 현행법상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했다면 선거법 60조 ‘공무원 선거운동 금지’ 규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선거운동이란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것이라는 목적 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 계획적 행위”라고 판시했다. 대통령은 이번 특강 자리에 스스로 나가(능동성) 미리 준비한 연설원고를 보고(계획성)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돼선 안 된다’는 메시지(낙선 목적)를 뚜렷이 전했다. 이것이 ‘선거운동’이 아니고 뭔가.
백보를 양보해서 대통령의 좌충우돌식 그날의 정치적 원맨쇼가 청와대 말대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 해도 헌법재판소는 2004년 탄핵심판을 통해 거기에 분명한 한계를 설정했다. “대통령의 정치인으로서의 표현의 자유도 대통령직의 중요성과 언행의 정치적 파장에 상응하는 절제와 자제가 있어야 하며, 국민이 볼 때 대통령이 더 이상 자신의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수 없으리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이 불법적 선거운동을 했거나 그것이 아니라 해도 대통령으로서는 해서는 안될 정치적 행동을 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대통령의 보다 확실한 범법행위는 선거법 9조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17대 총선을 두 달도 안 남긴 2004년 2월24일 한 기자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을)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1주일 뒤 선관위로부터 ‘선거법상 중립 의무 위반’ 판정을 받았고 그 연장선상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까지 당했다. 헌재는 그 해 탄핵심판에서 “공정한 선거관리의 궁극적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전 국민을 상대로 특정 정당 지지 발언을 한 것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것이므로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한나라당을 찍지 말라’는 대통령의 2일 특강이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은 너무나도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대통령이 이렇게 분명하게 선거법과 선거의 중립 의무를 위반했는데도 청와대는 이날 선관위에 “대통령 특강은 정책에 대한 의견 개진으로 통상적 정치 활동이므로 선거 운동이 아니며 선거에서의 중립 의무를 어긴것도 아니다”는 의견서를 냈다. 청와대는 더 나아가 “선관위가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을 낸다면 헌법소원 등 쟁송 절차도 밟겠다”고 했다. 대통령 혼자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 치외법권 지대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멋대로 행동하겠다는 뜻이다.
헌법은 66조에서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못박고 있고,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취임 선서로 임무를 시작한다. 헌재도 탄핵 판결문에서 “헌법을 수호하고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게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대통령이 헌법기관, 그것도 민주주의의 기본 절차인 선거의 공정성을 감시하는 선관위의 권위를 아랑곳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을 ‘그놈의 헌법’이라고 대놓고 조롱하는 대통령 아니면 할 수 없는 비정상적 탈선이다.
대통령은 이날 수자원공사 등 3개 정부 산하기관이 이명박씨의 대운하공약 타당성을 조사해 보고서까지 만든 데 대해 “내가 (조사를) 지시하려고 했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의 공약을 정부 연구기관이 조사하고 보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도 했다. 정부가 야당 후보 공약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채점까지 하겠다는 말이다. 대통령이 다시 한번 탄핵소추를 해달라고 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 법률가들은 “현직 대통령을 면책특권 때문에 형사소추할 수 없다고 해서 수사까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한다. 수사만 하고 소추는 대통령 퇴임 후에 해도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먼저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질문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이렇게 5년 내내 들볶고 흔들고 못살게 구느냐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