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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6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김창균 정치부 차장이 쓴 <이명박, “내가 기업에 있을 때…”>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지난주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언론정책 세미나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한나라당 다섯 대선주자의 정책토론 역시 TV 생중계로 시청했다. 아무래도 선두주자 쪽에 더 눈길이 갔다. 도합 네 시간 동안 이 전 시장을 집중 관찰한 셈이다.
이 전 시장은 “내가 기업에 있을 때…”라고 말머리를 풀곤 했다. 이 전 시장의 언론관이 형성된 것도 최고경영자(CEO) 시절이었다고 했다. “(언론이) 잘 써주면 좋고 잘 써주지 않으면 섭섭한” 경험을 그때부터 했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섭섭해도 기자실은 잘 꾸며줬다”고 했다. “대통령이 되면 기자실을 강화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국정 수행을 잘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현직 대통령은 지난 4년을 ‘언론과의 전쟁’으로 지새웠다. 그래도 성에 안 찼는지 새로운 언론 통제조치를 준비 중이다. 거기에 비하면 이 전 시장의 언론관은 ‘다행스런’ 편이었다. ‘다행스런’ 정도로 괜찮은 것인지 마음 한구석은 찜찜했지만….
이 전 시장은 자신의 ‘말 실수’에 대한 해명도 “내가 기업에 있을 때…”로 시작했다. “외국 지도자들과 만나면 유머로 분위기를 풀어 놓은 뒤 본론에 들어가곤 했다. (말 실수는) 그때 밴 습관 때문”이라고 했다. 이 전 시장은 “정치인의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헷갈리지만, 이명박의 말은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했다. 글로벌 협상에선 통하던 자신의 ‘솔직한’ 화법이 국내 정치시장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게 안타깝다는 뜻으로 들렸다.
한나라당 정책토론에서 쏟아진 22개의 질문 중 9개가 이 전 시장의 대운하 공약을 겨냥했다. 이 전 시장은 “모르니까 기초적인 질문이 나온다” “청계천 복원 때도 반대가 많았지만 결국 찬성으로 돌아섰다” “유럽에 가면 운하가 관광 명소”라는 답변으로 맞섰다. ‘전문지식이 없어서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라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려는 정치인의 자세로는 보이지 않는다. “나만 믿고 따르라”는 기업 CEO라면 제격이겠지만….
이 전 시장은 ‘기업’에서 ‘정치’로 무대를 옮기면서 “계보나 만들어 뭉쳐 다니는 여의도 정치는 않겠다”고 했었다. 기업에서 하던 방식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다짐이었다. 2002년 지방 선거 때 한나라당 지도부는 점찍어 둔 서울시장 후보가 따로 있었다. 이 전 시장은 당 대의원들을 직접 상대하는 ‘현장 세일즈’로 뒤집기를 했다. 서울시장이 된 후엔 청계천 복원, 버스노선 조정 같은 ‘기업형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국민의 마음을 샀다. 그러고 나니 현역의원 30여 명으로 구성된 대선 캠프가 절로 생겼다.
이 전 시장으로선 “기업경영 방식이 정치에서도 통하지 않느냐”고 할 만하다. 이 전 시장의 지지자들 역시 ‘CEO형 대통령’이 나와서 대한민국을 다시 번영의 길로 이끌어달라는 주문일 것이다.
이 전 시장은 ‘CEO’와 ‘CEO형 정치인’으로서 성공했다. 그러나 그 이력은 ‘CEO형 대통령’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오로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경영원리다. 제각각 생각이 다른 4800만 국민을 끌어안고 선진국 문턱을 넘는 일은 이보다 차원 높은 리더십을 요구한다. 국가 지도자의 말과 비즈니스 협상용어 역시 같을 수 없다. CEO의 기업홍보 마인드와 국가 지도자의 언론관은 같은 저울에 올려 놓을 대상이 아니다. 대기업 CEO가 강도 높은 검증을 받는다고 해도 국가 지도자에 대한 검증 수준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유권자들은 이 전 시장이 민간 기업에서, 그리고 서울시장으로서 보였던 ‘탁월한’ 경영능력을 평가하며 높은 지지를 보내 왔다. 유권자들은 이제 이 전 시장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위직 공인(公人)으로서의 덕목도 갖췄는지 따져볼 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