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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참평포럼) 강연을 지켜 본 한나라당은 이렇게 심경을 표출했다.
다음은 4일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이재오 최고위원의 발언이다.
"대표께서, 원내대표와 최고위원께서 얘기했기에 부드럽게 얘기하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버스를 타고 시골에 내려갔는데 버스가 고장이 나 논두렁에 넘어져 노 대통령이 다쳤다. 그래서 농부가 얼른 뛰어가 노 대통령을 묻어버렸다. 경찰이 '교통사고가 났는데 사람이 어디갔느냐'고 묻자 농부는 '땅에 묻었다. 아직도 그 사람말을 믿느냐'고 했다는 그런 유머를 들어본 적이 있다"
시중에 떠도는 유머를 인용했다고 하지만 자칫 노 대통령을 묻어버리고 싶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법한 발언으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한나라당 최고지도부 회의에서는 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일색이었다. 강재섭 대표는 마이크를 잡자 마자 "품격이 떨어지고 천박하고 내용도 지나치게 선동적이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강 대표는 "분서갱유로 언론을 탄압한 진시황 시대가 생각나기도 하고 불을지르고 시를 읊고 있는 네로시절이 생각나기도 한다"고도 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끔찍하다"고 표현한 뒤 "노 대통령 말은 문자그대로 좌충우돌, 자화자찬, 아전인수로 4시간동안 종횡무진했다"며 "무식한 사람이 용감하다는 말은 과장급 대통령을 자처한 (노 대통령)입에서 나왔다"고 비꼬았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노 대통령 발언 전문을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찾아 읽어봤는데 48페이지나 됐다. 참 말이 많은 분이구나 생각했다"면서 "히틀러가 다시 살아난다해도 이처럼 선동적인 연설을 더 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하도 어이가 없어 실소의 헛웃음소리만 냈지만 바깥에서는 한편의 코미디를 보듯 박장대소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같은 비난속에서도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강연이 '반한나라당'구도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아래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강 대표는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전략적 동거를 통해 정권연장에 골몰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바람잡이 역할을, 노 대통령은 저격수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면서 "연말 대선에서 확실히 손을 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강 대표는 "그것이야 말로 본인(노 대통령)이 불행해지는 길을 막는 것"이라고 경고한 뒤 "6월 국회에서 현 정권의 대선개입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의 발언을 조사하고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황우여 사무총장은 "대선정국에 말할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치는 야당과 후보주자들에 대한 발언은 당으로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중앙선관위 고발조치를 심각하게 검토해 오늘 중으로 일을 마치겠다"고 했다.
반면 정 최고위원은 "노 대통령 발언은 스스로 밝혔듯 대선에서 반한나라당 구도를 짜기 위해 한나라당과 후보들 심장부에 던진 폭탄으로 노 대통령의 장기인 정치적 도발과 편가르기를 통해 한나라당 집권을 막겠다는 의지를 추종자들에게 과시한 것"이라고 주장한 뒤 "(노 대통령의)헌법위반에 대해서는 현명하게 국민이 판단하는게 좋다. 노 대통령과 진흙구덩이에서 뒹구는 것은 노 대통령의 의도대로 가는 것"이라며 당의 보다 전략적이고 신중한 대응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