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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6일자 사설 '정권 잡았어도 맘대로 할 수 없는 게 있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청와대 대변인은 엊그제 언론 취재 통제를 거둬들일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측근들을 뺀 모두가 반대해도 눈도 깜짝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한 보도를 보니 조치가 옳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25일엔 청와대가 정면 대응을 하고 나섰다. 홍보수석실은 정부 부처 사무실에 기자들이 무단 출입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무단 출입 자체가 금지돼 있다. “기자 무단 출입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홍보처장 스스로가 “기억에 없다”고 대답했었다. 청와대는 또 새로운 절차를 지켜 공무원을 만나라고 했다. 그 절차는 공무원에게 입을 닫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내용이다. 이제 공무원이비리나 정책 잘못을 국민에게 알리려면 기자와 비밀 접선하듯 하라는 얘기다.
그래놓고 청와대는 이번 조치로 “언론 품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에게 언론의 품질이란 무엇인가. 이 사태는 정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증진계획을 대부분의 언론이 작게 다루면서 ‘대선용’이라는 시각을 소개하자 대통령이 발끈하면서 시작됐다. 그 계획은 재원 조달 방안조차 없어 정부 내에서도 비판받고 있었다. 그런 계획을 언론이 아주 잘된 정책이라고 썼다면 대통령은 좋아했을 것이다. 대통령과 청와대 눈에는 그런 언론이 품질이 좋은 언론이다. 그러나 국민에게 그런 언론은 없어져야 할 언론이다.
청와대는 취재 통제에 반대하는 여야 정치권을 향해 “무책임하다”고 했다. 무책임한 것은 국정을 심의해야 할 국무회의에서 “몇몇 기자가 기자실에서 죽친다”며 외교부에 해외 사례를 조사하라고 지시한 대통령이다. 6개월만 지나면 모두 원상 복구될 브리핑룸 통폐합을 오기로 밀어붙여 국민 세금을 낭비하려는 이 정권이 무책임하다.
청와대는 “대통령은 언론에 애정을 갖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은 언론을 “불량상품”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그의 ‘정치 경호실장’으로 불리는 사람은 언론을 “독극물”이라고 했다. 인터뷰 금지, 기고 금지, 광고 금지, 협찬 금지, 구독 금지로 비판 언론의 목을 죈 것이 이 정권이다. 훌륭한 선생님들, 헌신적인 환경지킴이들, 모범적 경찰관들에게 주던 상도 비판 신문과의 공동사업이라는 이유로 중단시켰다. 공정거래위는 한밤에 영세한 신문사 지국을 덮치고, 국민 세금으로 신문구독 불편사례 수기까지 공모했다. 이것은 증오다.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증오가 한곳에 모인 것이 신문법이다. 비판 신문을 공격해 타격을 가하려는 것이었다. 신문법에 똬리를 튼 언론 증오가 넘쳐 흘러 또 폭발한 것이 이번 취재 통제다. 야당이 신문법을 대수술하겠다고 한다. 이 법은 헌법재판소에서 일부 위헌 결정을 받아 이미 누더기가 됐다. 신문법은 수술이 아니라 폐지되고 언론 자유를 키워주기 위한 새로운 법으로 바뀌어야 한다. 취재 통제도 철회돼야 한다. 나라엔 아무리 정권을 잡았어도 그 세력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최소한의 가치는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