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장애인 관련 발언이 확전되자, 이 전 시장이 16일 공개 사과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무실을 점거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19개 장애인단체 소속 회원 20여명은 17일에도 공개사과와 면담요청을 거듭 요구했다.

    이 전 시장은 현재 지방 일정을 소화중이다. 직접 면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전 시장은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공개 사과를 했지만 이들은 농성을 풀지 않고 버텼다. 이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한 직후 점거농성은 풀었으나 앞으로도 계속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애인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보다 정치적 논란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분명하게 '불구'라는 단어가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해라"면서 재차 이 전 시장 직접 면담과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무국장 이상용씨는 "점거는 나쁜 것이니까(불법이니까), 기자회견을 한 후에 철수하겠다"며 "앞으로는 사무실을 점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전 시장 개인에게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 때까지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을 취재했던 기자들에게는 16일 밤 11시쯤 '이명박 대선후보 사무실, 경찰에 퇴거요청. 장애인점거농성대오 침탈임박!!'이라는 문자가 전송됐다. 그러나 확인해본 결과 밤새 사무실에서 강압적인 퇴거요청은 없었다. 오히려 이 전 시장의 사무실 직원들은 물과 음료수, 음식을 제공하는 등 점거 중인 장애인들을 배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 단체 측에서 기자회견 직전에 틀어놓은 노래 중에는 노동자 관련 노래도 있었다. "장애인 관련 기자회견 자리에서 왜 노동자 노래가 나오느냐"고 질문하자 점거 장애인들을 돕던 한 관계자가 "장애인 관련 노래가 몇 개 없어서 그냥 틀어놓은 것이다. 어디서 나왔느냐"고 반문했다. 한 인터넷매체는 "이 전 시장 측에선 장애인들과 민주노동당과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공개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농성을 풀지 않은 장애인들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말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한 측근은 "용어를 잘못 사용한 것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전 시장의 장애인 관련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공식적으로 토론을 제안하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데, 이렇게 공개사과와 면담요청만 계속 요구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시장은 16일 "장애인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난 원천적으로 낙태를 반대하지만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명시된 것을 압축해서 표현하는 과정에서 표현이 잘못된 것 같다. 본뜻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또 "나의 잘못된 표현으로 마음을 상한 장애인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