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재섭 : 계획대로라면 이 시각이 의원 사퇴서 제출할 시각인데… 딱 (오전)9시에 내려고 했다.
    정형근 : 이재오 최고위원이 대표될 뻔 했네.
    강재섭 (회의장에 들어오는 이재오를 바라보며) : 계획대로라면 내가 사표를 내고 이 자리에 (이 최고위원이) 앉게 된다.
    이재오 : 사표 내지, 하하하. 순리대로 가야한다.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당 지도부들이 주고받은 ‘농담’이다. ‘경선룰 중재안’을 두고 벌어진 ‘빅2’의 극한 대립이 봉합되고 경선룰이 상임전국위원회를 통과되면서 한숨 돌린 당 지도부의 ‘여유’를 보여준다. 강재섭 대표는 자신이 내놓은 중재안이 15일 상임전국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대표직은 물론 의원직까지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바 있다.

    ‘홀가분한’ 강 대표는 경선룰이 양 대선주자의 합의로 통과된 만큼 본격적인 경선체제 가동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강 대표는 오는 22일경에 경선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켜 늦어도 이달 내(30일)에는 대선후보 경선 등록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경선에 속도를 내기 위해 강 대표는 “21일 전국위원회가 열릴 때 (상임전국위를) 통과한 당헌뿐만 아니라 필요한 당규도 같이 마련해야 한다”며 “그날 오후에라도 상임전국위를 다시 열어서 경선에 필요한 당규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4·25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약속한 당 쇄신 작업에도 박차를 가했다. 그는 최고·중진연석회의가 끝난 후 인명진 윤리위원장을 만나 당 쇄신안 후속 조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강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비리당원 명단’를 전달하며 윤리위 기능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비리당원 명단’에는 원외 당협위원장과 지방 의원 등 40여명이 포함됐으며 현역 의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인 위원장을 비롯해 윤리위원들이 전부 사표를 냈는데 인 위원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나머지는 수리하겠다”며 “위원구성부터 외부인사를 반으로 해서 건의해 주면 중립적인 인사로 안을 짜서 바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당 대표의 입장도 생각하지 말고 국민만을 위해 소신껏 일해 달라”며 “김용갑 의원 사건 때처럼 내가 대신 봉사할 이유 없다”며 인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는 이어 자체적으로 파악한 ‘비리당원 명단’을 건네주며 “부정부패 사범 중 선출직이 많다. 당협위원장, 한나라당 소속 광역기초단체장·의원 중 기소된 사람, 재판 끝난 사람 등을 파악해 명단을 넘기겠으니 단호한 결단으로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 대표로부터 ‘비리당원 명단’을 넘겨받은 인 위원장은 “살생부냐. 옥석을 가려 신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밖에서 볼 때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윤리 문제가 관행처럼 됐고 정치와 돈의 관계가 풍토처럼 체질화 됐다”며 “근본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초등학생 도덕교과서처럼 자세한 윤리강령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돈과 관련된 윤리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은 한나라당 안에서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윤리위 내 ‘비리신고센터’ 설치를 건의했다.

    강 대표는 4·25재보궐선거 이후 미뤄져 있던 당직자 인사도 빠른 시일 내에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황우여 사무총장 후임으로는 맹형규·홍준표·남경필 의원이 거론되고 있으며 사무부총장엔 이명규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 임태희 여의도연구소장, 박재완 비서실장은 유임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