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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6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양상훈 논설위원이 쓴 '이명박 박근혜, 당 쪼갤 힘 없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경선 룰 싸움이 분열 없이 끝났다. 한창 싸울 때 “저러다 결국 갈라서겠군” 하는 얘기들이 많이 돌았다. 한나라당이 두 쪽으로 분당(分黨) 될 것이란 예상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서로 양보 없이 벼랑 끝까지 갔다고 해도 결코 분당은 일어날 수 없었다.
앞으로 한나라당 경선 후보 등록까지는 한 달여 정도 남았다. 이 한 달여가 남아 있는 분당 가능 기간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간에 또 무슨 일이 벌어져도, 경선 룰 싸움보다 몇 배 더 험악하게 맞붙는다 해도 분당은 없다.
한나라당 분당은 불가능하다. 한나라당이 쪼개지려면 이 전 시장이나 박 전 대표가 탈당할 때 그들에게 줄 섰던 의원들이 같이 따라나서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이 탈당해도 따라 갈 의원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이명박이 탈당해도 최측근이라는 정두언조차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가 탈당해도 가장 가깝다는 유승민도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미쳤다고 따라가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했을 때 국회의원을 지냈거나 앞으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최측근이었음에도 같이 탈당하지 않았다.
국회의원이 대선 주자를 따라서 탈당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명분을 줘야 하고, 둘째 다음 국회의원 선거 때 그 대선주자 공천장으로 당선이 돼야 한다. 훌륭한 명분과 유력한 당의 공천장은 국회로 가는 신작로다.
민주화 투쟁 시대에 김영삼, 김대중씨가 그 두 조건을 충족시켰다. 독재정권에 맞선다는 명분을 주었고, 두 사람 공천장이면 반쯤 국회의원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들은 의원들을 몰고 다니면서 탈당도, 분당도 하고 창당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 전 시장이나 박 전 대표도 그런 ‘능력’은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만약 탈당을 한다면 한나라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기 어려워서 탈당하는 것이다. 어떤 명분도 있을 수 없다.
약세를 보이면서 탈당하는 사람은 나가서 새로 당을 만들기조차 어렵다. 어찌 해서 신당을 만든다고 해도 정권 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으로 오히려 더 집결할 것이다. 이 신당의 공천장을 들고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다가는 한나라당 지지자들로부터 응징까지 당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세상에서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서로 하는 말들이 “나가면 죽는다”이다. 지금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 전 시장이나 박 전 대표 쪽으로 줄을 서는 것도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음 국회의원 선거 공천 때문이다. 결국 국회의원 하자는 것인데, 누가 탈당한다고 국회의원 안 되는 길로 따라 나선다는 것은 정말 미치지 않았으면 선택할 수 없는 길이다.
이런 상황을 한나라당 의원 못지않게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다. 두 사람은 혹시 일이 잘못돼 자신이 한나라당에서 탈당한다고 할 때, 따라 나올 의원이 누가 있을까 한번 머릿속에서 꼽아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아마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하겠군”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전 시장이 엊그제 “하늘이 두 쪽 나도 한나라당 후보가 될 것”이라고 한 것은, 거꾸로 보면 죽든 살든 한나라당 안에서 해보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정당정치는 아직 멀었다.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방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다. 그러나 이제 제 뜻대로 안 된다고 국회의원들 우르르 몰고 탈당하고 분당하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졌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앞으로도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사실만큼은 우리나라 정당 정치의 발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