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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룰 중재안’에 정치생명까지 걸었던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극적인 내분 봉합으로 또 한 고비를 넘겼지만 여전히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15일 경선룰을 확정짓기 위해 열린 상임전국위원회는 ‘당 쇄신’과 ‘대선승리’에 대한 강 대표의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관리형 대표’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임전국위에서 인사말을 통해 “지금까지 쌓아 놓은 5선이라는 정치 생명을 다 걸고, (빅2간) 합의가 안되면 국회의장실에 직접 의원사퇴서를 제출하려고 했다”며 “폭풍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저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앞으로도 반드시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정책대결과 후보검증 일정, 기타 혁신을 위한 여러 가지 개혁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김학원 전국위원회 의장으로부터 “중재를 위해 수고한 강 대표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인사까지 받으며 이날 회의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얼마 지속되지 못했다. 경선룰 중 40세 미만 선거인단 구성 비율을 ‘20~40%’로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양 진영의 신경전이 펼쳐졌으며 당 쇄신 방안으로 강 대표가 제시한 ‘지명직 최고위원 정수 확대’에 대한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다른 일정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강 대표는 그 사이에 ‘40세 미만 선거인단 구성 비율’과 ‘지명직 최고위원 정수 확대’를 두고 열띤 토론이 진행된 것을 알고는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그는 “40세 미만 선거인단 구성 비율 같은 경우 경선준비위원회(‘2007국민승리위원회’)가 장시간에 걸쳐 논의했고 여러 주자간 이해관계를 조정해서 만든 조문”이라며 “여기 와서 다시 논의한다는 것이 이상하다. 대선후보들이 몇 달에 걸쳐 논쟁하다가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해서 넘어온 것이다”고 지적했다. “논리 이야기는 끝도 없다. 논리 다툼 할 때가 아니다”고도 했다.
그는 특히 “(지명직) 최고위원수를 늘리는 것도 양 대선주자가 당 쇄신안 내면 따르겠다고 했다”며 “외연을 넓히려면 ‘사랑방이 있으니 놀러오라’고 해야지 않겠느냐. 지금당장 최고위원수를 늘리자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중심당, 민주당과도 대화를 해야 하고 외부에서 인기 있고 참신한 분도 영입해야 하는데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사랑방을 만들어 놔야 놀러 올 것 아니냐”며 “여러 대선주자들이 오케이 한 것이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조자룡 헌칼 쓰듯이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계개편 할 때 쓰자고 해서 (지명직 최고위원수를 늘리자고) 한 것”이라며 “공개 석상에서 여러 사람들이 보는데 이것을 놓고 ‘이게 맞느냐’ 하지 말고 박수 치고 하는(통과시키는) 것이 맞다”고 참석자들의 동의를 구했다.
그러나 강 대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 사이에서 볼멘 항의의 목소리가 들렸고 논란이 됐던 두 문제는 비공개 회의를 통해 더 논의하게 됐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집단지도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당권·대권 분리 정신에 위배된다” 등의 반대 의견과 “외연확대와 정계개편에 대비하기 위해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직후 있을 18대 총선에서 지명직 최고위원들도 공천에 대한 의결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반대한 의원도 있었다.
비공개 토론 끝에 이미 양 대선주자간 합의를 본 ‘40세 미만 선거인단 구성비율’ 문제는 출석인원 과반수이상 찬성으로 통과됐지만 강 대표가 제안한 ‘지명직 최고위원 정수 확대’는 반대 24표로 부결되고 말았다.(출석 49명에 찬성 21명, 기권 4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