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0일 사설 '노무현, 정동영, 김근태'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 노 정권의 잉태기인 2002년부터 근 5년 동안 3인은 집권 정치세력의 핵심 동지였다. 열린우리당 창당 때는 공동 주역이었다. 과거를 이렇게 공유해온 이들이 미래의 진로를 놓고 현재 희대의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은 탈당, 당 해체를 주장하는 정·김을 향해 "깨끗하게 정치를 그만두라"는 비수를 던졌다. 정·김은 대통령을 누르지 않으면 자신들이 설 땅이 없다는 심정으로 반격하고 있다. 잘나갈 때는 '백년 정당'을 합창하던 이들이 정권의 석양길에서 공멸과 배반의 정치극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싸움을 보면 기가 막힌다. 지난 4년의 실정에 대해서는 조금도 미안한 기색이 없다. 이 세 사람은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는가. 서로가 이번 정권의 책임자들이다. 정상적인 생각을 가졌다면 "지난 4년 나라를 잘못 이끈 것에 책임을 통감하고 자숙하겠다"고 나서야 한다. 그러나 지금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가. 서로가 서로에 대한 비난이다. '공포정치'니 '분열정치'니 '구태정치'니 막말 수준이 정적 대하듯 한다. 국민을 얼마나 업신여기기에 이런 행태를 보이는가. 혹시 이렇게 싸우면 그 싸움구경 때문에 국민이 그들의 과거를 잊을까 계산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과거의 동지가 이렇게 변할 수 있는가.

    당의 진로라는 문제로 국한하면 탈당·해체를 주장하는 정·김이 틀렸다. 그러나 노 대통령 역시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민주당을 버리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지 않았는가. 그러니 잘못의 씨앗은 민주당 탈당이요, 열린우리당 창당인지 모른다. 대의가 부족했으므로 창당 동지의식도 약한 것이다. 동지의식이 흔들리니 시련이 닥치자 친구가 원수가 되어버렸다.

    같은 정권에서 대통령과 장관을 한 세 사람이 이런 식으로 싸우는 것은 관계의 도덕성이란 측면에서도 3인은 구정치인과 다를 게 없다. 이러면서 개혁이니 뭐니 떠들었으니 그 말 믿고 표 찍은 사람들만 바보다. 정치에 환멸만 더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