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이 어머니를 잃은 슬픔은 거둬갔지만 그 자리에는 그리움이 자리했다. 슬픔보다 진한 게 그리움이라는 걸 나이가 들어갈 수록 느낀다. 어머니, 그 이름을 떠올리면 오늘도 어린아이처럼 눈물이 흐른다.…나는 어머니를 닮아가고 있다"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자신의 저서 '어머니' 기념사인회에 참석했다. 이른 시각 찾아온 손녀로부터 카네이션을 받았다는 이 전 시장은 모처럼 마련된 '비정치적'인 행사에서 '팬'들과 두시간여를 함께 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사인회장이 마련된 종로 영풍문고에는 이 전 시장을 만나기 위한 백여명이 길게 줄섰으며, 수많은 취재진의 카메라는 포토라인을 가득 메웠다. 중앙랜덤하우스는 "지난 3월 13일 출판기념회 이후 4월말까지 2만여부가 팔려 베스트셀러가 된 기념으로 사인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사인을 받은 김동수씨(55)는 "수원에서 일찍 출발해 한시간전에 도착했다. 어머니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누구나 원하는 책"이라며 기뻐했다. 한꺼번에 4권의 책을 구입한 노신사도 눈길을 끌었다. 유원규옹(79)은 "딸 둘, 아들 둘이 있는데 책을 선물해, 자식들에게 어머니를 그리며 이 전 시장이 이런 책을 썼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미국 덴버 출신이라는 미첼 마홀릭(Mitchell Michalik, 26)씨는 한참을 기다리다 사인을 받은 후 "(이 전 시장) 임기동안 서울이 아름다와졌고, 생활이 편해졌다"며 "특히 시내에 산책할 데(청계천)가 생겨 좋다. 친척들이 오면 보여줄 생각"이라고 만족해했다. '이미철'이라는 한국명도 있다는 그는 "미국 시민권자라 선거권이 없지만, 있다면 이 전 시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채덕용씨(29)는 "대통령이 된다면 아버지의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보살피길 기대한다"며 '왕처럼 기도하라'는 책을 이 전 시장에게 선물했다. 이 전 시장의 팬클럽인 MB연대 미주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채씨는 "멀리서 소식을 들으며 존경해왔는데, 마침 이 전 시장의 사인회에 참석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양말을 건넨 최한오씨(49)는 "어머니 얘기라 많은 공감을 가졌으며, 키우고 있는 아들에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인회를 끝낸 이 전 시장은 서점내를 잠시 둘러보다 '간디 자서전'을 구입했다. 이 전 시장은 지난달 인도방문 당시 간디기념관을 찾아 "어릴 때부터 그를 그리워해왔다. 나라를 위한 그의 행동을 나는 결코 잊지않고 있다(I have been longing for him since I was a child. I never forget his action for country)"라고 방명록에 남기며 존경심을 나타냈었다. 또 직접 계산대에 선 이 전 시장의 지갑속에서 발견된 가족사진에 카메라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사생활 침범인데…"라며 숙쓰러워하던 이 전 시장은 책값을 치른 뒤 "이제 2만1000원 남았다"며 '깜짝 재산공개(?)'를 해 주위의 웃음을 불러왔다.

    이 전 시장은 또 자신의 블로그에 '기러기 아빠'문제를 다룬 글을 올리고 "가족과 사회를 위해 청춘을 바친 이 땅의 40, 50대 가장들이 행복해지는 나라를 위해 다시금 '일자리'와 '교육'의 문제를 생각한다"며 어버이날을 맞은 소회를 전했다.

    이어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가진 '뉴스미션 대학생 기자 아카데미' 특강자리에서 젊은층과의 교감을 나눴다. 이 전 시장은 "인터넷 시대에 세대간 차이가 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 속에서 여러분의 재능과 활기를 어떻게 잘 엮어서 한 시대를 끌고 나갈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긍정적인 사고'와 '진취적인 도전'을 당부했다.

    이 전 시장은 특히 인터넷 시대의 세대차를 설명하며 "내가 되고 싶은게 뭐냐면, 말하자면 '완소남'"이라고 말해 젊은 마인드를 과시하기도 했다. '완소남'은 '완전 소중한 남자'의 줄임말이다. 그는 "여러분도 완소남이 되고 싶듯이 나도 그렇게 하겠다는데 이의없죠"라며 동의를 구한 뒤, "각자 시대에 소중한 사람이 돼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