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전 10시 40분 서울 서초구 청계산 원터골 입구에 카메라와 취재수첩을 든 기자 30여명이 모였다. 유력 대선주자 중 한명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각 언론사 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정계에 진출한 1997년 말 이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들과의 산행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선후보군 중 '대중성'하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박 전 대표지만 '스킨십 부족'이라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시작하면서 언론의 관심은 더 높아졌지만 박 전 대표를 수행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얼굴 보기 힘들다"는 불만이 사라지지 않는다. '큰 일'이 터져 현장에서 긴급하게 갖는 기자간담회가 아니면 빡빡한 일정과 박 전 대표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기자들이 밀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날 박 전 대표와의 산행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편안한 등산복 차림에 단화를 신은 박 전 대표가 청계산 원터골 입구에 모습을 드러낸 10시 45분부터 한 시간 가량 가진 산행에서 기자들의 질문은 쉴새 없이 쏟아졌으며 박 전 대표도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이날만은 기자들이 일반 시민들의 '방해' 없이 박 전 대표를 '독차지'할 수 있었다.

    수첩을 손에 쥔 채 박 전 대표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등산까지 해야 하는 기자들 얼굴에는 금방 땀이 비오듯 쏟아졌지만 박 전 대표는 '멀쩡했다'

    "예전에는 (섭씨)30도가 넘는 한 여름에도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테니스를 치기도 했다. 이 정도는 산행이라기보다 걷기죠. 약 올리는 발언인가요? 호호"

    땀을 흘리며 열심히 박 전 대표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기자들을 둘러보며 박 전 대표는 10년 동안 단전호흡으로 단련한 체력을 한껏 과시했다. "남들보다 땀을 덜 흘린다"는 박 전 대표는 이번 산행에서의 '정상'인 원터골 제1약수터에 도착해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인 뒤 간단한 '산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대 관심사인 경선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난 세 번이나 양보했다" "큰 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지금 또 원칙을 허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등 현행 경선룰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박 전 대표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박 전 대표는 산행동안 대권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98년 4월에 정계에 들어왔으니 내년 4월이 되면 만 10년이 된다. 선진한국을 만들겠다는 꿈이 있다. 이번 기회에 나라에 대해 갖고 있는 나의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렇게 뛰는 것이다. 전 국민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는, 노력한 만큼 보상 받는 나라를 만들어야 개인적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말인 이날 청계산에는 가족 혹은 친구끼리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틈틈이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과도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박 전 대표의 손목에는 파스가 붙어 있었다.

    간혹 수행하는 캠프 관계자가 등산객을 박 전 대표 앞으로 이끌기라도 하면 박 전 대표는 낮은 목소리로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억지로 그러지 마시라"고 제지했다. '정치이벤트'를 극도로 꺼리는 박 전 대표는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하길 선호했다. 박 전 대표 주변에 몰려 있는 기자들 때문에 등산객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즉각 "한쪽으로 걷자"고 단속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