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당 쇄신안 수용,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 의사 철회 등으로 위기를 한고비 넘겼지만 대선까지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3일 오전 나흘만에 당 공식 지도부 회의를 재개했던 강 대표는 같은 날 오후 “내 정치인생 중에 최고로 모질게 마음 먹었다” “봉합해서 가는 차원으로 하지는 않겠다” 등 향후 당 운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그러나 그런 강 대표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당내 시선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진행된 참정치운동본부 산하 ‘참씨앗봉사단’ 발대식에 참석한 강 대표는 축사를 통해 이같이 말하며 “모든 수모를 다 참고 최선을 다해 정권창출 하겠다. 연말 국민의 여망에 보답하는 한나라당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강 대표가 대선 정국에서 당이 중심에 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이 자리에서 오히려 ‘힘 빠진 당 지도부’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상황이 연출됐다.
행사 시작 시각에 맞춰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강 대표. 그를 따르는 당 지도부는 나경원·유기준 대변인 둘 뿐이었다. 강 대표가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 참정치운동본부의 행사였지만 참석한 당 지도부는 강 대표와 두 대변인, 권영세 최고위원(참정치운동본부장), 이강두 중앙위 의장, 박재완 비서실장이 전부였다.
강 대표보다 더 큰 박수와 연호소리, 카메라 플래시를 한 몸에 받으며 등장하는 박근혜 전 대표. 그가 행사장 입구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당 지도부는 물론 모든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 전 대표를 맞는 가운데 강 대표만이 ‘쓸쓸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이 몰려드는 박 전 대표에 비해 강 대표는 조용히 참석자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강 대표님 힘내세요”라며 인사를 건네는 한 여성과 악수를 나누는 강 대표의 표정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어렵게’ 상황을 봉합한 강 대표는 이날 면전에서 다시 한 번 비난을 받았다. 당내 경선 참여를 선언한 초선의 고진화 의원이 그 주인공. 고 의원은 당내 대선주자 자격으로 축사를 하러 단상에 오르자마자 4·25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발생한 당내 상황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고 넘어가 버린다면 한나라당에 미래가 있겠느냐”며 “지도부가 새출발한다고 하는데 계파부터 해체해라. 책임질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지워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정신 차려야 한다. 어떤 후보를 공천했기에 한나라당이 경상도에서도 완패하느냐”며 “어떻게 하면 계파를 불릴 수 있을까 하는 시각으로 공천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고 의원은 참석자들을 향해 “한지붕 세가족 구조 혁파해야 한다. 안되면 여러분이 일어나라. 재보선 패배의 교훈으로 밑에서부터 뒤바꾸자는 운동을 전개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자신의 발언 시간보다 길게 마이크를 잡고 당에 ‘쓴소리’를 퍼붓는 고 의원을 바라보는 강 대표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강 대표는 4일 오후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과 회동을 갖는다. 그러나 이 삼자 회동을 통해 두 대선주자간 갈등의 여지를 말끔히 씻어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선은 찾아보기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