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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간 힘겨루기로 한나라당의 내부는 곪고있다. 4·25보궐선거 참패로 인한 후폭풍은 가까스로 막았지만 두 대선주자는 곧바로 '경선룰'과 '후보검증'을 두고 충돌할 태세다.
이 전 시장은 "다시 '이명박'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고 "싸우지 말라고 하는데 정치를 하다 보니 입을 다물면 정치가 아닌 것 같다"고도 했다.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한 셈이다. 이는 박 전 대표 측도 마찬가지다. 캠프 관계자들은 "2등인데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박 전 대표 스스로도 "경선은 피크닉이 아니다"고 했다. 두 대선주자 모두 더 싸우겠다는 것이다.
박근혜·이명박 두 대선주자의 동의로 강재섭 대표 체제는 일단 유지됐지만 당내에선 현 지도부가 존속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지금은 홍준표 남경필 전여옥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의 목소리만 들리고 있지만 당내 상당수 의원들은 "이대로 가선 안된다"고 말한다. 특히 당내 중도성향과 중립지대에 있는 의원들 사이에서 이런 우려가 크다.
한 초선 의원은 "이렇게 마무리 해선 안된다. 새 지도부를 구성하면 당이 깨진다고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당대회를 다시 해도 당이 쉽게 분열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봉합하는 것이 나중에 더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여옥 의원은 "봉합이 아니라 야합"이라 비판하며 "당의 정권교체가 상상 속의 파랑새처럼 눈앞에서 잡힐 듯 하다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묻히고 있다. 적잖은 의원들이 현 지도부의 존속을 반대하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목소리가 힘을 잃고있는 이유는 당의 두 기둥인 박근혜-이명박 두 대선주자 때문이다. 이들이 강재섭 체제 유지에 동의한 만큼 비판의 동력은 점차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더 이상 얘기하기 싫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곪을대로 곪은 당내 상처가 언제 어떻게 터질지를 걱정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점점 불안감이 커진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이 관계자는 "비리때문"이라고 답했다. 2일 오후에는 '과태료 대납'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 대표의 대구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의료계의 정치권 불법 로비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정형근 최고위원을 곧 조사하겠다며 수사의 칼을 겨눴다. 5명의 최고지도부 중 2명이 비리연루 의혹을 받고있는 것이다.노무현 대통령은 1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5·31 지방선거 당시의 공천헌금 비리 실태를 공개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5·31 지방선거 당시 공천비리로 입건된 사범은 모두 118명으로 이중 80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열린우리당은 한 명도 없다. 결국 공천헌금 비리 실태를 공개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은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높은 지지율에 안주해 집안싸움에 기력을 쏟고있을 때 노 정부의 칼은 한나라당 내부 깊숙히 들어왔다. 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한미FTA 타결 이후 상승세를 타며 어느새 30%대로 올라섰고 50%를 육박하던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30%대까지 떨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내에선 "박근혜 이명박 두 대선주자가 경선만 잘 치러내면 대선은 승리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당내에선 "이렇게 가면 안되는 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자주 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