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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고심끝에 '대승적 화합'을 선택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발걸음은 겉으로는 경쾌했다. 이 전 시장은 2일 '쇄신안 인정'이라는 당근과 '철저한 자기쇄신'이라는 채찍을 들고 강재섭 대표를 만나기 위해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를 찾았다. 비장함까지 감돌던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다.
이 전 시장과 강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3자회동을 약속하고 일정을 조율키로 뜻을 모았다. 양측의 예정된 일정으로 인해 3자회동은 4일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강 대표와 면담을 가진 후 이 전 시장은 사무처 당직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고심을 털어낸 이 전 시장은 "밥을 못 사줘 미안하네"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강 대표와의 비공개대화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전 시장은 "모두 다 한나라당 사람인데…. 원래 분위기가 좋다"며 "나는 그 전에도 계속 화합해왔다"고 말했다. 재보선 참패 이후 이 전 시장 진영의 당 개혁요구에 대해, 박 전 대표 진영이 '당을 깨자는 거냐'는 식으로 압박해온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강 대표는 "잘~ 해보자는 얘기였다"며 이 전 시장과의 만남을 설명했다. 강 대표는 "쇄신안 발표 이전에 양쪽 대선주자의 입장을 조율하자는 참모들의 의견이 있었지만, 내 책임으로 하는 거니까 묻지않았다"고 말했다. 쇄신안이 박 전 대표쪽으로 치우친게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비쳤다. 강 대표는 이어 추가 쇄신안이 나올 수 있냐는 물음에 "그날 (3자회담) 만나봐야지"라고 답해, 여운을 남겼다.
사흘간의 진통끝에 정리된 기자회견문은 이 전 시장이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이 전 시장측 한 관계자는 "본인이 만들었기 때문에 문구가 좀 투박하지만, 짧고 핵심을 직접 전달하는 이 전 시장 특유의 스타일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 시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두시간 가량 일찍 사무실로 나와 최종 상황을 점검했다. 이 전 시장은 "당이 화합해서 강 대표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힘을 모으고, 개혁도 하면서 당이 화합하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대승적 화합'이라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힘든 투쟁을 계속했다. '화합'과 '개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했기 때문이다. 화합만 부각할 경우 캠프내 반대의견을 다독일 수 없으며, 강 대표 체제의 페이스에 밀려 경선룰 협상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또 지나치게 개혁을 내세울 경우 '당을 깨려한다'는 공세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쇄신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사퇴를 고집해온 이재오 최고위원을 만류하기위해 이 전 시장은 1일 세차례나 직접 만나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했다. 또 캠프내 강경기류도 이 전 시장을 괴롭혔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젊은 의원들은 '개혁'을 앞세워 정면돌파하자며 강경대응을 요구했고, 이 전 시장은 '당이 먼저'라고 강조하며 이를 누그러뜨렸다. 쇄신안이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 입장정리가 늦어지면서 이 전 시장은 '이명박 답지 못하다'라는 소리도 들어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