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 마저 최고위원직 사퇴를 두고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은 30일 열린 당 의원총회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최고위원이 결국 사퇴할 경우 '강재섭 체제'는 사실상 유지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4·25후폭풍으로 인한 당내 혼란도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며 강재섭 대표가 이날 내놓은 당 쇄신안을 두고 각각 '수용'과 '입장유보'라는 엇갈린 반응을 밝힌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양진영간의 갈등도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가 이날 제시한 당 쇄신프로그램을 두고 현재 당내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더 큰 상황이다.

    이날 당의 최고지도부는 강 대표의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김형오 원내대표 마저 "조만간 내 입장을 발표하겠다"며 원내대표직 사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경우 전재희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원내대표단 전원이 사퇴하게 된다. 이미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사퇴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은 좀더 지켜보자며 유보입장을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강 대표 쇄신안에 부정적인 기류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 캠프의 일부 의원들은 강 대표의 쇄신안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진수희 의원은 "미흡하다"고 했다. 대선주자 캠프에 관여하지 않고 있는 의원들도 강 대표의 쇄신안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초선 의원모임인 '초지일관'은 "일단 지켜보자"며 입장을 유보했지만 내부에서는 현 지도부로는 힘들다는 분위기가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남경필 의원도 이날 일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빅2(박근혜·이명박)를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지금 쇄신안으로는 빅2를 제어하기 힘들다"며 강 대표 쇄신안의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고 정문헌 의원도 "쇄신안으로는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강 대표의 쇄신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곳은 박근혜 전 대표 진영 뿐이다. 박 전 대표 진영에서는 이 전 시장 진영과 당내 일부 의원들의 비판에 "그러면 분당하자는 것이냐"고 되묻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갈등은 이 전 시장 캠프가 어떻게 공식 입장을 정리하느냐에 따라 중대 기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측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쪽으로 손을 들 경우 강재섭 지도부는 더 이상이 존립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며 박근혜 이명박 두 후보간의 갈등은 분당이라는 극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어느 쪽도 한나라당을 깼다는 책임을 뒤집어쓰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상황이어서 현단계로서는 분당 수순보다는 비상대책위 체제를 통한 수습에 무게가 실리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