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막겠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재보선 패배를 둘러싼 책임공방 가운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해 지적한 이 말이 또다시 양측의 전운을 감돌게 하고 있다. 이 전 시장 진영은 "박 전 대표가 사실확인도 않은 채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며 당시 발언 경위를 보도한 여러 언론의 기사를 통해 즉각 반박했다.

    이 전 시장 진영이 공개한 당시 발언의 진상은 이렇다. 군대동원 발언 파문은 여야의 행정도시특별법 합의와 관련해 각계의 찬반논란이 뜨겁던 지난 2005년 2월 당시 한 언론에서 "이 시장이 '행정수도 이전을 못하게 하려면 군대라도 동원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반대입장을 피력했다"고 잘못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러나 문제의 보도가 나간 2월 25일 연합뉴스는 곧바로 "이 시장 '군대동원' 발언의 진실은"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 '손학규 지사는 찬성하고, 한나라당에서 동의했는데 서울시장의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농담조로 '어떻게 할까. 군대라도 동원할까?'라며 맞받아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는 이어 "당시 자리에 있던 기자들은 이 시장이 군대를 동원할 수 없는 만큼 이 같은 발언을 '특별한 대책이 없어 답답하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며 "문제가 된 기사에서의 이 시장의 발언은 상당 부문 왜곡 전달됐다는 게 서울시 출입기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전했다. 대수롭지않았던 발언이 인터넷 언론들이 앞다퉈 잘못된 기사를 받으면서 논란이 증폭됐다는 것이다.

    이측, 일간지 오보에 이어 인터넷 오보겹치며 증폭된 '헤프닝' 반박
    당시 언론 "이 시장 발언이 왜곡 전달됐다는 게 서울시 출입기자들의 의견"

    이틀후인 27일, 동아일보 역시 "이명박 시장 '군대동원 발언' 진실은"이라는 제목으로 파문의 진상을 밝혔다. 동아일보는 "이 시장은 24일 경기 남양주시 강북정수장에서 수돗물 관련 대책을 발표한 뒤 구내식당에서 취재진과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기자들이 전날 국회 건설교통위원회를 통과한 신행정도시 관련 법안에 대한 대책을 묻자 이 시장은 '없지 뭐. 어떻게 해'라며 짧게 대답했다. 다시 기자들이 '서울시장이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하자 이 시장은 '어떻게 해. 군대라도 동원할까? 그런 문제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시장은 시 살림에 신경 쓰는 게 본분이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기자들은 이 시장의 발언이 질문을 피하는 차원에서 자조적인 투로 한 것으로, 발언에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기사화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한 신문이 수도권의 반발을 소개한 25일자 기사에서 '이 시장이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은 심정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함으로써 파장을 초래했다"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소개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27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시장과의 공동유세 불발이 패배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행정도시 법안과 관련)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다'고 했는데 (그런 분과) 같이 유세를 하면 오히려 표가 떨어지지 않았겠냐"며 논란을 불러왔다. 이에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직접 언급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짧게 말한 뒤, "하지만 지금은 이 문제에 대해서 일체 대응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주위 참모들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