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5재보궐선거 후폭풍에 휩싸인 한나라당 지도부가 ‘지도부 총사퇴론’까지 제기되는 위기 상황을 경선정국에서 당이 중심에 설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한차례 격랑이 휩쓸고 지나간 뒤 27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한 지도부는 어수선한 당 상황을 수습하려 애쓰는 동시에 대선주자에 대한 비판을 서슴없이 쏟아내는 등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군대라도 동원해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막겠다는 분과 같이 유세했으면 오히려 표 떨어졌을 것”이라는 박근혜 전 대표의 언론 인터뷰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과 “이름을 거명하면서 특정주자와 특정 의원에게 강력히 경고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 나왔다.

    또한 당 지도부내에서 두 대선주자가 첨예한 입장차로 어렵게 합의점을 도출한 ‘경선룰’에 대한 변경 가능성이 언급돼 주목된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경선룰을 어렵게 타협시켰는데 새로운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타협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문제는 새로운 상황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인 만큼 여의도연구소 등에서 연구는 해봐야 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원내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는 현재의 당 대선(경선) 시스템에 변화가 없는 한 국민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온 주장”이라며 “8월 경선안을 바꾸기 어렵다고 해서 좀 먹고 있는 것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전략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도달한 만큼 당 전략기획본부나 여의도연구소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은 “오픈프라이머리를 한다고 해서 더 들어올 후보 없다. 부정적이다”며 “원칙대로 가는 것이 맞다. 전면적인 재검토는 맞지 않다”고 반대했다.

    “공천 받거나 당직자 되려면 윤리교육 인증서 받아야” 윤리교육 강화

    당내 지도부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내홍 수습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한나라당은 일단 강재섭 대표에게 이번 주말까지 입장을 정리할 시간을 주기로 한만큼 ‘재보선 참패 책임론’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격한 당내 공방전은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김 원내대표는 “당이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갈팡질팡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겠지만 국민이 준 충고와 교훈을 귀담아듣지 못하고 겸허히 수용하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와 긴급의총, 최고위원간담회를 통해서 많은 얘기들을 경청·정리하고 방안을 제시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다음 주 월요일(30일)쯤에는 강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정리된 입장을 발표하리라고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실천방안을 제대로 수립해서 국민에게 더욱 낮은 자세로 더욱 겸손하고, 정칙하고, 성실하게 다가가겠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임명직 당직자 여러분이 모두 사퇴서를 일괄적으로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동안 혼연일체가 돼 어려운 가운데서도 당을 위해 헌신·봉사해줘 감사하다.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 당과 당원,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당직자들을 추스렀다.

    재보선 참패의 결정적 원인이 됐던 비리 문제를 단절하기 위해 윤리교육 강화 등의 대책 마련에도 박차를 가했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한나라당은 나름대로 그 어느 때보다 천막당사 정신을 강조하면서 엄격하고 강력한 징계를 해왔지만 이런 징벌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새로운 윤리관을 내용으로 하는 윤리강령을 명확히 하고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과 훈련을 마치면 서약하고 인증서를 부여하는 내용으로 하겠다. 모든 당원은 소정의 윤리교육을 단계적으로 받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과정 이수는 각종 당직과 공직 취임의 기초자료가 될 것이며 당직자가 되거나 공천에 신청한 사람은 누구나 당에서 요구하는 소정의 윤리교육을 받아 국민 앞에 서약해야만 할 것”이라며 “공천에 관계되는 사람은 당내·외를 불문하고 보다 강도 높은 윤리교육을 사전에 당의 요구에 따라 받고 그 직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