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5보궐선거 참패 뒤 열린 한나라당의 첫 의원총회. 선거결과 평가와 당의 진로를 논의하는 자리였으므로 평소보다 많은 의원들이 참석했다. 127명의 소속 의원 중 1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의총장에 입장하는 의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어두웠다. 의원총회장 입구에서 볼 수 있었던 취재진과의 담소장면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고 의원들간에도 간단한 수인사만 나눴을 뿐 회의장 분위기는 평소와 크게 달랐다.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표정은 더 굳어 있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김형오 원내대표가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이 한나라당에 다시 한번 회초리를 들었다. 그 높은 지지율도, 그 높은 대선후보들의 인기도도 이번 선거에 아무런 맥을 쓰지 못했다. 우리 스스로 이 상황을 반성하지 못한다면 정권교체도 대선승리도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고 선거결과를 평했다. 그는 "나는 이번 선거참패에서 이렇게 느꼈다. 서로 단합하지 못하고 싸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부정부패와 단절하지 못하는 인상을 준다면, 국민 마음에 다가서는 제대로 된 정책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또다시 버림받을 수 있다는 무서운 교훈과 경고를 받았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나와 (전재희)정책위의장은 이미 모든 마음을 열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결코 좌절하지 않고 일어설 수 있는지를 천막정신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보자. 진지한 대화와 좋은 방안이 도출되기 바란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때 김 원내대표의 말에 박수를 보낸 의원은 대여섯명에 불과했다.

    그리고는 강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1차적인 책임은 당 대표인 내게 있다"고 했다.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왜 맞았는지 모른다면 불량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모두 허리끈을 졸라매고 다시 정권교체의 길로 새출발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강 대표가 1차적인 책임이 자신에 있다면서도 정작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설명없이 "내 오랜 정치경험에 비춰서 말하는데 우리같은 정당이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지리멸렬하거나 단합 하지 못하고 흥분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 문제에 대해 서로에게 자승자박하고 자해해서는 안된다"며 내부에서 거론되는 '지도부 책임론'부터 사전차단하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강 대표는 "나는 개인의 영달과 지위, 위치 갖고는 정치를 안해왔다"고도 했다. 

    이어 "당과 국민을 위해, 정권창출을 위해 좋은 의견을 내주면 수렴해서 새출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마무리했지만 박수를 보내는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오히려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터진 과태료 대납문제나 공천문제 등에 대해 제일 먼저 책임을 지겠다고 말해야 할 대표가 지도부 책임론부터 차단 할 수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두(박근혜 이명박)캠프 합치든지 해라" "선거 질수도 있지, 한번 진 것 갖고 난리를 치느냐" "천막정신은 무슨 놈의 천막정신" 등의 비아냥이 나왔고 김 원내대표가 "선거참패"라는 말을 하자 모 중진 의원은 "참패라고 할 수 있나. 잘할 때도 있고 그런거지… 저렇게 자학적으로 말할 것 있느냐"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