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를 오르내리는 당 지지도와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대선주자를 보유하고도 4.25 재보선에서 전례없는 참패를 기록한 한나라당이 '책임론' 후폭풍에 휩싸인 가운데, '입이 있어도 말 못하는' 한명의 대선주자가 있다. 바로 자신의 지역구인 양천구청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에 대패한 원희룡 의원이 그렇다.

    "나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한다. 민심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당내 경선과 관련된 일련의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최선을 다했고 유권자의 선택을 존중한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선거였다"(박근혜 전 대표)

    당내 유력 대선주자들이 저마다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원 의원은 자성의 소리조차 내지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제 2의 강남'으로 불리며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절대 강세 지역으로 꼽히던 양천구에서의 패배는 한나라당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원 의원은 추재엽 당선자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원 의원은 지난해 5.31 지방선거 공천당시 현역구청장이던 추 구청자에게 금품수수의혹을 제기하며 공천에서 배제한 뒤, 이훈구 후보를 내세워 당선시켰다. 당시 추 구청장과 지역 위원장과의 악감정도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당선 후 몇달을 넘기지 못한 채 검정고시 대리시험 혐의로 구속됐고, 지난해 무소속 출마로 분루를 삼켰던 추 당선자에게 재기의 기회가 오게 됐다.

    추 당선자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개혁적이라고 자처하는 어떤 정치인이 자신의 측근을 공천하려고 나를 기업인에게 돈 받은 비리구청장이란 누명을 씌웠다"며 원 의원을 직접 겨냥한 선거를 치렀다. 결국 무소속 구청장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주자 중 한명을 꺾은 셈이 됐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원 의원과 추 당선자는 서로 물고 물리는 법정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추 당선자는 개표내내 선두를 지켜 4만8644표(51.74%)를 얻으며 양천을 위원장을 지낸 한나라당 오경훈 후보(3만7227표, 39.60%)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그는 "양천구민들은 구민 의사를 무시하고 공천하는 전횡에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고 당선 소감을 말했다.

    26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전여옥 의원은 "대선 나가겠다고 나온 원희룡 자신이 선거구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지역구 구민에게 손가락질 받고 있다"며 "누가 혁신을 이야기할 수 있나. 선거를 망친 주범이 소장파"라고 직격, 원 의원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

    원 의원측 관계자는 "(원 의원이) 생각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 필요하다면 추후에라도 재보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난감해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 의원이 가운데 있는 꼴이 되버린 상황이라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