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5재보궐선거 참패’라는 핵폭탄을 맞은 한나라당이 그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강창희 최고위원이 26일 전격 사퇴한 것에 이어 전여옥 최고위원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지도부 총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황우여 사무총장을 비롯한 임명직 당직자 전원은 전날 사직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분위기는 그야말로 참담한 그 자체였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강창희 최고위원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회의장에 도착한 지도부는 간단한 인사만 나눈 뒤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 회의장은 카메라 셔터 소리만 크게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자성이 쏟아진 이날 회의에서 ‘재보선 불패 신화’ ‘당 지지율 50%, 유력대선주자 지지율 합 70%’의 한나라당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선 전초전이었던 이번 재보선에서 중원은 물론 경북 봉화 지역 등 텃밭에서조차 패배했기에 위기감만 팽배했다.

    강재섭 대표는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한나라당의 오만과 편견을 씻어낼 절박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허리끈을 졸라매고 정권교체를 위해 새로운 각오로 출발하겠다”고 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국민의 회초리를 겸허하게 받겠다. 국민의 준 교훈을 깊이 새겨 당을 쇄신하고 분발하겠다”며 “(재보선 참패는)어떤 경우라도 싸우지 말고 단합하고, 부정부패를 근절해 당을 깨끗이 하고, 정책정당의 모습을 보여 국민에게 헌신하는 자세를 갖추라는 것이었다”고 자성했다.

    그는 “무소속 후보에게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상대적으로 더욱 깨끗하고 겸손하고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국민 심판이라고 생각하고 반성한다”며 “패자는 한나라당이고 승자는 국민이다.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을 받들지 않으면 정권 교체의 대업을 이룰 수 없다는 경고를 무시했다”고 했다. 그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한나라당이 할 일은 더욱 분명해 졌다”며 “좌절하지 않고 일어서서 분골쇄신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머리 숙여 국민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국민들의 애국심이 정치한다는 사람의 애국심보다 열배 천배 높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국민들의 애국심이 한나라당에 무서운 심판을 내린 것이다. 한나라당에 깨우침을 주신 것에 대해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는 “깨우침을 받아들여 거듭나지 못한다면 마땅히 죽어야 한다”고도 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당에 대한 애정과 국민들의 신뢰를 통해 한나라당이 죽고 다시 살아나는, 회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으며 이강두 의원은 “국민이 때려준 아픔을 달게 받겠다. 이렇게 아프게 때려준 뜻은 정신 차리고 대선에는 꼭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3시 의원총회를 열고 지도부 총사퇴를 포함한 당 진로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