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결국 '중원'에 깃발을 꽂지 못했다. 충청권의 표심을 가늠할 수 있는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띤 대전 서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패배는 당 뿐만 아니라 '대전 역전 드라마'를 대추격전의 동력으로 삼으려 했던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아쉬운 큰 부분이다.

    박 전 대표는 4·25재보궐선거 공식 운동 기간이 시작되자마자 대전부터 찾았으며 선거 하루 전날인 24일까지 사흘 연속 대전을 찾는 등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선거전에 임했다. 선거운동 기간 마지막 날인 24일에는 밤 9시까지 대전에 머물며 지원유세를 펼친 뒤 자정이 넘어서야 귀경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5·31지방선거 당시 대전에서 불었던 '박풍(朴風)'을 재연하기 위해 직접 출마한 듯 열심히 뛰었지만 '충청도 거물'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를 꺾지는 못했다.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가 대전에 '매달릴수록' 패배할 경우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 전 대표 캠프 내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한발 물러서자고 건의했지만 박 전 대표는 “당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는 당연하다”고 일축했다고 한다.

    25일 대전 서구을 개표 결과 우려했던 대로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가 패배했지만 박 전 대표 진영은 '승자의 웃음'까지는 아니더라도 '패자'라고 할 수 없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한나라당이 참패한 재보선 결과에 대해 "최선을 다했고 유권자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한나라당으로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선거였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오히려 "실보다는 득이 더 많다"고 말한다. 당 후보를 위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 '당심(黨心)'을 다잡았고, 선거 지원 유세장마다 박 전 대표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그의 대중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호기였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측은 대전 서구을 선거 결과보다 한나라당 후보가 10%대의 득표율을 얻으며 선전한 전남 무안․신안 국회의원 보선 결과에 더 주목했다. 신안군 안좌면 등 섬 구석구석을 돌며 지원유세를 펼친 박 전 대표의 공이 어느 정도 빛을 봤다는 주장이다. 박 전 대표가 대전 서구을 만큼 신경을 쓴 곳이 전남 무안․신안 지역이다. 캠프 내에서는"전남 무안․신안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이 나왔다면 승자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곽성문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대전 서구을에서 이겼다면 '선거는 역시 박근혜'라는 인식과 함께 '박풍'을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졌다고 해서 손해 본 것은 없다. 전부 득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같은 장소에서 지원유세를 해도 박 전 대표가 왔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박 전 대표 손을 잡으려고 달려드는 모습을 보지 않았느냐"며 "저쪽(이 전 시장)은 직접 손을 내밀어야 사람들이 잡아주는 정도였다. 확연히 구분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곽 의원은 이번 재보선이 본격적인 대선전이 시작되면 박 전 대표가 유리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기간이 아닌) 평일에 사람들을 만나려고 해도 보이지를 않는다. 그러나 선거라는 무대가 만들어지니 몇 백명이 모였다"며 박 전 대표를 보기 위해 2000여명이 운집한 20일 경북 봉화 지역 지원유세현장 등을 지적했다. 이어 "자연스럽게 일반인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박 전 대표에 대한 높은 호응과 지지를 직접 확인했다"며 "도움을 크게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를 하는 동안 충청도 지역의 지지율도 오르지 않았느냐"며 "열심히 했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고도 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플러스가 지난 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보름 사이 10.7%포인트 상승한 33.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성인남녀 700명, 95% 신뢰수준에 ±3.7%포인트)

    이혜훈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니까 이기지 못한 것 아니냐"며 "아무나 당 대표한다고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이기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재보선 패배가 역으로 '재보선 불패신화'는 박 전 대표였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재보선에서 이긴 것이 반사이익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번에도 이겼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당 대표 시절 재보선에서 이긴 것이 반사이익이 아닌 박근혜였기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번 보선 패배 책임이 당 지도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곽 의원은 "당 지도부가 심 후보에 대한 충청인들의 기대를 간과했다. 심 후보는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이후 마지막 남은 충청도의 자존심이다"며 "결국은 후보 공천이 잘못됐다. 지도부 책임이다"고 비판했다.

    이번 보선 결과가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에 거품이 있다는 증거라도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대전 서구을은 열린우리당 후보 없이 '한나라당 대 비(非)한나라당' 구도로 흘러 어려웠다는 지적도 있다"며 "그러나 지지율이 50%에 육박한다는 것은 국민 두명 중 한명이 (이 전 시장을) 지지한다는 말인데 그 지지가 이번 보선에 나타나지 않았으니 지지율이 거품이거나 지원유세를 성의 있게 하지 않았다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