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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서구을은 4·25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 중 최대 격전지로 꼽히며 정치권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지역이다. 선거결과가 대선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가 이기면 '한나라당 대세론'이 지속되며 범여권의 통합 기지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이긴다면 한나라당의 고공행진이 한풀 꺾이며 지지부진한 범여권의 대선가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래서 이곳은 어느 지역보다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현 선거판세는 국중당 심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도 당 소속 이 후보가 국중당 심 후보에게 크게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50%를 육박하는 정당지지율과 합이 70%를 넘는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두 유력 대선주자를 갖고도 한나라당은 한 자릿수의 정당지지율을 기록 중인 국중당 후보에게 뒤쳐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갤럽의 지난 13일 조사에 따르면 서구을 지역의 한나라당 지지율은 54.9%였고 국중당의 지지율은 9.9%였다. 한나라당은 마지막 주말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을 투입해 역전극을 노리고 있다.뉴데일리는 선거 전 마지막 주말인 21일 대전 서구을 지역을 찾았다. 한나라당이 선거 막판 두 유력대선주자를 투입해 대역전극을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선거때 마다 꺼냈던 '정권교체'카드도 이번 4·25보궐선거에서는 좀처럼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 가장 많은 의석수를 갖고 있고 박근혜·이명박이란 유력 대선주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각종 선거에서 승승장구해 당 지지율 역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만큼 더 이상 한나라당은 '약자'가 아니란 인식이 국민들 뇌리속에 각인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이 지역의 특성도 한나라당의 고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서구을은 대전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학력 고소득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바람'에 쉽게 동요않는다는 것이 지역 분위기다. 박근혜·이명박 두 유력대선주자의 유세바람이 쉽게 먹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국중당 심 후보의 '충청권 역할론'과 '인물론'이 유권자들로부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당지지율은 크게 앞서지만 지역민들에게는 여전히 '한나라당은 충청권을 대변하는 정당은 아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중당 역시 충청권을 명확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심 후보가 결국 여권으로 갈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민들은 심 후보를 두고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뉴데일리는 이날 현장에서 20명의 유권자를 만나 '어느 후보를 지지할 것인가'를 물어봤다. 확실히 지난 5·31지방선거 당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미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이 한차례씩 지원유세를 다녀갔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한나라당 이 후보 보다 국중당 심 후보를 거론하는 이가 훨씬 많았다. 20명 중 한나라당 이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세 사람에 불과했다. 40대 한 택시기사는 "내가 이제까지 이재선 찍는다는 사람 한명도 못봤다"고까지 했다.
무엇보다 이제껏 승승장구 해 온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컸다. 둔산동 정부종합청사 지하철 역에서 만난 한 남성(60대·의사)은 "한나라당 독주체제는 막아야 한다. 권력도 균형과 견제가 필요한데 여기는 시장부터 도의원 시의원까지 모두 한나라당이다. 또 국회의원까지 한나라당 뽑으면 큰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한나라당이 잘해서 지금 지지율이 높은 것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정부종합청사 앞 공원에서는 40대 주부 3명을 만났다. 이들은 처음 "선거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후보를 거명하자 "이번에는 심대평씨가 우세하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권모(40대·주부)씨는 "이재선씨도 여기서 국회의원을 해서 인지도는 있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그리고 심대평씨가 도지사를 세번이나 해서 힘과 영향력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쪽으로 분위기가 많이 기울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민모(40대·주부)씨는 "이재선씨보다 심대평씨가 선거유세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했고 이모(40대·주부)씨 역시 "그동안 너무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줘 이번에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모(25·사무직)씨는 "이번 선거에 별 관심이 없다"면서도 투표의항을 묻자 "투표는 할 것"이라고 답한 뒤 "심대평 후보가 더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전모(37·자영업)씨도 "너무 한나라당이 많아서 이번에는 심대평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말했고 홍모(51·한의사)씨는 "인물에서 심대평 후보가 이재선 후보보다 낫다"고 했다.
다만 심 후보가 속한 국중당의 영향력이 너무 없어 심 후보 역시 국회의원으로 당선돼도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존재했다. 또 결국 심 후보가 여권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다. 이모(45·공무원)씨는 "한나라당이 좋지는 않은데 국중당이 힘이 없지 않느냐. 그리고 심 후보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무슨 역할을 하겠다고 하지만 지역정당인 민주당도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데 국중당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며 "투표를 한다면 심 후보 보다는 이 후보를 선택할 것 같다"고 했다. 최모(50·자영업)씨는 "심대평 후보 찍으면 열린당으로 간다는데 그럴거면 뭣하러 찍겠느냐"고 했다.
시민들은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지원유세도 선거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주말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이 지원유세를 한다고 하는데 영향이 없겠느냐'고 묻자 이모(40대·주부)씨는 "지난 지방선거 때나 박근혜씨 영향이 컸지 이번에는 두 사람이 와도 별 영향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지역은 선거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50대의 한 택시기사는 "솔직히 박근혜씨는 약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이번에는 지난 지방선거처럼 박근혜씨 바람이 불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 뒤 "이명박씨는 여기 올 필요없는 것 아니냐. 그 분은 서울시장할 때 행정도시를 그렇게 반대했는데 여기 오면 더 마이너스일 것 같다"고 주장했다.[=대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