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 사안마다 충돌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두 사람의 4.25보궐선거 유세 경쟁이 한창이다. 이 전 시장이 출국한 사이 박 전 대표가 먼저 지원유세를 시작하며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에서 한발짝 앞서가자 이 전 시장은 귀국 직후 곧바로 대전으로 내려가 지원유세를 펼치며 유세 신경전을 벌였다.

    당 지도부는 유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공동유세를 계획했지만 이 역시 두 사람간의 신경전으로 인해 무산됐다. 그만큼 양진영의 신경은 날카롭다. 19일 두 사람 모두 전남 무안·신안 지원유세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양 진영은 유세일정을 두고 충돌했다.

    공동유세 무산 놓고 양측 날선 신경전

    박 전 대표 진영은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 일정을 따라다니며 '스토커'처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 유세 일정에 맞춰 짜여진 일정대로 움직이지 않고 스케줄을 바꿨다는 주장이다. 박 전 대표 측 주장에 따르면 이날 이 전 시장의 전남 무안·신안 유세는 오후에 잡혀져 있었으나 갑자기 박 전 대표의 유세시간과 같은 시간대로 바꿨다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우리는 당초 계획했던 일정대로 움직이는데 이 전 시장 쪽에서 갑자기 일정을 바꿔 박 전 대표의 유세 시간에 같은 장소로 일정을 잡았다. 우리 쪽 유세현장에 사람이 많이 모이니까 박 전 대표 덕을 보겠다는 것 아니냐"며 불쾌해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 전 시장측이 초조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전 시장 측에서는 박 전 대표가 공동 유세를 피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 전 시장 측은 당초 계획했던 유세시간이 박 전 대표와 겹쳐 공동 유세를 하려 했지만 박 전 대표 측에서 같이 할 수 없다고 해 일정을 조정한 것이라고 한다. 이 전 시장 측은 "언제든지 좋은데 저쪽에서 굳이 안하려고 하니 어쩔 수 있나"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 전 시장측 이성권 차명진 의원은 이날 오전 4.19기념탑 참배 후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한선교 이계진 김무성 곽성문 의원 등 박 전 대표를 수행한 의원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귀경 시간을 무안 유세 이후로 변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조우 기회 있었지만 10여분 차이로 서로 자리 떠

    이날 두 사람의 일정은 계속 엇갈렷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모두 이날 무안시장을 찾아 유세를 펼쳤지만 이 전 시장이 10시 35분경 자리를 떠났고 박 전 대표가 10시 50분경 유세장에 도착해 결국 두 사람의 조우는 무산됐다. 이들은 나주 영산포 유세현장에서 다시 조우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곳에서도 둘은 만남을 피했다. 이번에는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 도착 10분전에 먼저 자리를 떴고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가 떠난 뒤 유세장을 찾았다. 광주 4.19기념탑 참배 역시 마찬가지다. 이 전 시장은 오전 첫일정으로 4.19 기념탑을 다녀왔으며, 박 전 대표는 나주유세 이후로 미뤘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유세에서 "일생동안 일하면서 살아왔다. 말만 하는 정치가를 뽑아서는 안된다. 호남에서도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만들어야 한다. 경상도에서도 다른 당 후보가 당선되는 일이 나타나야 진정한 발전이다. 동서간 갈라져서는 안된다"며 경제 발전과 화합을 역설했다. 유세를 마친 뒤 이 전 시장이 "장사도 잘 안되는데 마이크 잡고 떠들어 죄송하다"고 인사하자 청중들은 "괜찮다"고 화답했고, 팬클럽 MB연대의 지역회원들은 무안 특산품인 낙지를 현장에서 이 전 시장에게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이제는 돈을 쓰는 정부가 아니라 돈을 버는 정부를 시작해야 한다. 방법은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정권교체냐 아니냐가 결정되는 마지막 관문"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전 대표는 주변에서 유세를 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민주당 김홍업 후보와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열심히 하시죠"라고 말했다. 김 후보를 지원유세를 펼치던 민주당 정균환 전 의원은 이 모습을 보고 "두 전직 대통령 자식간의 대결이 됐다"고 말했다. 

    이 500여명, 박 700여명 청중 몰려… 대중성 맞대결선 박근혜 '판정승'

    한편, 무안시장 유세현장에서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간의 유세분위기에도 관심이 쏠렸다. 호남 지역에서 열린 한나라당 후보 유세장인데도 불구하고 500여명이 넘는 청중이 몰려, 두 대선 주자의 인기를 실감케했다. 같은 장소에서 유세를 펼칠 예정이던 민주당 김홍업 후보는 한나라당 대선주자들 때문에 부득이하게 유세시간을 뒤로 미뤄야 했다.

    일단 먼저 유세현장을 찾은 이 전 시장 유세현장에는 500여명의 시민과 지지자들이 참석했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 열린 박 전 대표 유세에선 700여명이 참석해 대중성에서는 박 전 대표가 '박빙의 차이'로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나주·무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