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18일 “선거에 한나라당 이름으로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재산·병역·세금 문제가 없어야 한다”며 당 차원의 철저한 후보검증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주장과 맥이 닿아 있어 주목된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이탈로 한나라당 내에서 ‘경선 흥행 카드’로 주목받는 동시에 박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으로부터 적극적인 구애를 받고 있는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거취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는 대신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길’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국회기자회견장을 직접 찾은 그는 한나라당이 두 번의 대선 패배 아픔을 딛고 집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패’와 ‘특권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한나라당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뼈를 깎는 ‘자기혁신’”이라며 “이번 대선이 한나라당에는 마지막 기회다. 스스로 혁신하고 개조되지 못하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고 경고했다.

    “경선 ‘돈 잔치’로 흘러서는 안돼”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못하면 버림 받는다”

    그는 “대다수 국민들 시각에서는 아직도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이며 여전히 ‘부패 이미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며 “한나라당 구성원 전체가 치열하게 반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제 식구 감싸기’는 ‘국민들로부터 버림받기’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깨끗한 정당이라는 신뢰를 받으려면 당 지도부는 곧 있을 대선후보 경선 과정이 ‘돈 잔치’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대선후보 경선자금 모금과 집행 과정이 투명하게 국민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부패 이미지’가 한나라당에 덧씌워지지 않도록 특단의 예방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병역면제 시비’ ‘원정출산 시비’ 등이 당시 이회창 후보를 ‘특권층’으로, 한나라당은 ‘특권층 정당’으로 각인시켰기 때문에 패배했다고 지적한 뒤 대선후보가 갖춰야 할 제1의 조건으로 ‘도덕성’을 꼽았다.

    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지 못하는 정당과 후보는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며 “각종 선거에 한나라당 이름으로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재산·병역·세금에 대한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당의 정책적 지향점도 중산층과 서민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이대로만’ 외치면 실패” “냉전·수구 이미지 벗고 대미 자주노선 강화해야”
    “내가 출마하면 경선 재미있겠지만… 원희룡이 손학규 빈자리 메워야”

    한나라당의 ‘무사안일’과 ‘냉전·수구 이미지’ ‘친미 일변도 대미노선’ ‘성장 일변도 정책’ 등도 집권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에 ‘부족한 2%’를 채워야만 집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이대로만’을 외치다가 정권탈환에 실패했다”며 “치열한 문제의식도 없이 무사안일한 태도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국민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이며 소속 당에 대한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2006년 1월 당 강령을 전면 개정하면서 ‘대북 유화정책’을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나라당은 냉전·수구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며 “당 강령과 당헌에 명시된 ‘대북 유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친미 일변도의 접근법을 버리고 달라진 국가의 위상에 걸맞는 대미자주 노선을 강화하고 높아진 국민의 자존심을 챙겨줘야 한다”고 했으며 ‘분배와 평등’ 문제도 등한시 하면 안된다고 충고했다.

    홍 의원은 경선 출마 여부에 대해 “내가 출마하면 경선이 재미있어지긴 하겠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원희룡 의원이 손 전 지사의 빈자리를 메우는 역할을 충실히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한 특정 후보 캠프 합류 여부와 관련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방향으로, 누구를 통해 집권할 수 있을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았다. 누구에게 가는 것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