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역전 드라마’를 향해 기지개를 켰다. 박 전 대표는 12일 본격적인 4·25재보궐선거 지원유세에 들어갔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이날 박 전 대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대전부터 찾았다. 


    선거운동 시작과 동시에 가장 먼저 대전서을 국회의원 보선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 지원에 나선 박 전 대표는 ‘물 만난 고기처럼’ 곳곳을 누볐다. 당 대표 시절부터 치러진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에 ‘완승’을 거두면서 ‘선거 승리제조기’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유독 선거에 강한 면모를 보여 온 박 전 대표다.

    그러나 대전 서을은 충남도지사를 세 번이나 지내면서 지역에서 ‘충청도 거물’이라는 평을 듣는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범여권의 지원을 받으며 세를 과시하고 있어 한나라당으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대전 서구에서 만난 지역주민 안모씨(61)는 “당이야 한나라당이지만 심대평이 워낙 거물이다. 대전 발전을 위해서는 심대평 같은 역량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듯 재보선 지원에 그야말로 ‘올인’하는 모습이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또 한편의 ‘드라마’를 연출한다면 중원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내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두바이-인도 순방으로 뒤늦게 선거지원에 합류한다는 점도 박 전 대표 측은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 가장 먼저 지원유세에 나서 이 전 시장을 기선 제압한 박 전 대표는 ‘당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당심(黨心)’을 잡고 강점인 대면접촉을 늘려 ‘민심(民心)’도 잡는 일거양득을 노리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해 5·31지방선거에서 ‘무명’에 가까운 박성효 당시 후보를 대전시장에 당선시켰던 ‘박풍(朴風)’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재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때 테러로 수술을 받고 깨어나자마자 “대전은요?”부터 찾았던 점과 퇴원하자마자 곧바로 대전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등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을 이번에도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평소 신고 다니던 구두를 벗고 편안한 단화의 ‘선거복장’으로 첫 번째 유세현장인 서구 월평동 주공아파트 단지에 도착한 박 전 대표는 구석구석에 있는 주민들을 찾아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했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 주민들에게 “이리 와서 인사 좀 하자”는 이 후보에게 박 전 대표는 “우리가 가야지 부르면 어떻게 하느냐”는 ‘핀잔’을 주며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갔다.

    박 전 대표는 거리유세에서 “대전이야말로 나와 한나라당에 너무나 소중한 곳이기에 선거 운동 시작되는 첫날 찾아왔다”며 대전에 대한 애정부터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테러사건’을 회상하며 “의사들이 퇴원을 만류했지만 병원 문을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집으로 가라고 강력히 권했지만 집에 갈 수 없었다. 대전 시민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또 퇴원 직후 대전을 방문해 당시 박성효 한나라당 대전시당 후보에 대한 짧은 지원유세를 했던 상황을 설명하며 “아물지 않은 상처 때문에 단 1분 밖에 말을 못했지만 그 짧은 1분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지금 안타깝게도 대전에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다. 이번 선거에서 이 후보를 당선시켜 준다면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 대한민국의 중심인 대전을 더욱 발전시키겠다”며 “이 후보, 박 시장, 강창희 최고위원 그리고 박근혜가 함께 뛴다면 대전 발전 확실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지지를 호소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점심식사를 남선공원 서구노인복지관에서 노인들과 함께 했으며 삼천동, 둔산동등으로 이동해 거리유세를 이어갔다. 그 때마다 박 전 대표를 알아보고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주변은 인산인해였다. 박 전 대표는 몰려드는 사람들 속에서 더욱 자신감을 얻는 모습이었다. 둔산동 샘머리 아파트 목요장터에서 지원유세를 하던 박 전 대표에게 ‘공갈빵’을 팔던 한 상인이 “박 전 대표가 이 빵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자 박 전 대표는 “어떻게 알았느냐. 하나 사야겠다”고 즉석에서 ‘공갈빵’을 구입했다.

    대전 서을 지원유세를 마무리한 박 전 대표는 곧바로 금산과 서산으로 이동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 지원유세에 뛰어들었다. 추부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금산 지역 기초의원 선거 한나라당 후보 지원연설을 마친 박 전 대표는 금산 인삼과 추부 깻잎 등을 선물 받았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대전 지원 유세를 시작으로 22일과 24일 최소한 두 차례 더 대전을 방문할 계획이다. 지난해 대전에서 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했던 박 전 대표는 이번 재보선에서도 ‘박풍(朴風)’을 일으켜 대추격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대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