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투어 마지막 날인 29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자신의 선비(先妣)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북옥천을 찾았다. 옥천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남다른 곳이다. 사실상 박 전 대표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박 전 대표를 맞는 지역 분위기 역시 뜨거웠다. 그래서 인지 이날 강연에서 박 전 대표의 목소리 톤은 평소보다 높았고 제스쳐 역시 컸다. 어느 때 보다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다.

    포럼 충북비전 초청 특강을 위해 옥천을 방문한 박 전 대표는 가장 먼저 육 여사의 동상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5분여간 길게 묵념을 했다. 표정은 비장했다. 곧바로 강연 행사장에 도착한 박 전 대표는 참석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사회자는 이런 분위기를 더 뜨겁게 달궜다.

    박 전 대표 강연 전 사회자는 참석자들에게 5가지 질문을 던졌다. "충북도민의 오랜 숙원인 오송역과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행정복합도시를 당론으로 결정해 준 사람이 누구냐" "이곳 옥천이 낳은 충북의 딸이 누구냐" "한나라당의 희망이 누구냐" "대한민국의 줄푸세를 해결할 사람이 누구냐" "대한민국의 미래는 누구냐"는 질문이 잇달아 던져졌다. 질문마다 참석자들은 "박근혜"를 소리높여 외쳤다. 연호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마이크를 잡은 박 전 대표의 표정은 밝았고 자신에 찼다. 강연 첫 마디도 "(나는)이곳을 외가로 두고 있는 충북의 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박 전 대표는 먼저 부모님을 언급했다. 그는 "지방을 다니면 어머니 고향에서 오신 분들은 뛰어와 내 손을 잡으며 '고향에서 온 사람'이라며 친척을 맞이하듯 해준다. 항상 그런 국민을 보면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은덕을 기억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추모하고 높이 생각해주는 것을 보면서 한 분의 깨끗하고 성실하고 나라를 위한 삶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 속에 오래남는 것인가 생각하고 부모님의 나라사랑 교훈을 다시 깨닫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정치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오면서 어려서 부모님의 나라사랑 가르침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보고 배운 것이 그것이고 부모님이 그렇게 돌아가셨기 때문에 부모님께 누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살았다"며 "(그래서)여러분은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다시 참석자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원고없는 강연에서 하고 싶은 말들을 여과없이 했다. 그동안 각 지역을 돌며 강연한 내용을 모두 담았다. 한 측근은 "내용은 다르지 않지만 진심을 모두 담았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 스스로 "그동안 내가 어떤 마음으로 정치를 했고 어떤 길을 걸었으며, 한나라당의 대표직을 맡으며 어떻게 지내왔는지 이런 말을 하고 동시에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나라가 어떻게 가야하는지 내 생각을 말하겠다"면서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어머니가 흉탄에 돌아가시고 얼마후 아버지도 그렇게 돌아가시고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릴 정도로 아픈 기억들이 많다.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그때 그런 고통을 겪은게 나를 있게 한 배움의 기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시련으로 인해 굳세지고 강해지고 험악한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살아남을 수 있구나 하는 감사한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여권의 국가보안법 폐지 기도를 막은 점,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해 53일간 장외투쟁을 벌인 점 등을 비롯해 당 대표 재임 시절의 업적을 하나하나 열거한 뒤 "새 대통령은 1%라도 국가관 역사관 안보관 경제관에 의심이 들지 않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내가 대표시절 보여준 소신이나 국가관, 이념에 대해 당원 여러분이 의심할 부분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도 자신이 "사심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당 대표 시절 사심없는 마음으로 당을 운영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만들었듯이 국가도 사심없는 마음으로 운영해 선진한국을 건설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날도 "국민의 신뢰를 받는 리더십이 강한 리더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최근 강연마다 강조하는 박 전 대표의 국가운영방침인 '줄푸세'(정부 규모는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는 풀고, 법치를 바로 세우자)구호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전국투어를 마친 뒤 내주부터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의 텃밭인 서울표심을 공략할 계획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인구가 많은 수도권이니까 접촉은 힘들어 '공중전'을 펼칠 것"이라며 "분야별 정책제시를 통해 수도권 표심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옥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