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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연일 "경선을 앞두고 당내 일부에서 공천을 미끼로 사람을 회유하고 조직을 만들고 사람을 동원하기 위해 금품을 살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이 구태정당으로 돌아가려는 조짐이 있다"고 경고한 뒤 박 전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연일 목소리를 키우고 있고 점차 발언의 수위도 높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강재섭 대표가 마련한 대선주자 조찬자리에서는 "경선과정에서 어떤 불법이 있어서는 안되고 그런 일이 있다면 후보가 사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에 관여한 사람은 출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후보들이 이 부분에 대해 "합의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19일 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텃밭인 대구·경북(TK)지역을 방문한 박 전 대표는 방문하는 지역마다 계속 이 문제를 언급하며 "좌시하지 않겠다. 용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21일 마지막 일정으로 대구를 방문한 박 전 대표는 외곽조직 성격의 '대구경북재도약 포럼' 특강을 통해 재차 이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우리 정치는 당내 보스 몇 명이 돈과 공천권을 갖고 의원들을 줄 세우고, 계보를 만들고 했었지만 나는 당 대표를 맡을 때 부터 어떠한 계파나 파벌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 대표의 기득권을 전부 포기하고 공천은 물론, 재정과 인사까지 모든 면에서 민주적인 공적시스템에 따라 당을 운영했다"며 "공천비리를 뿌리뽑기 위해 정당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당의 중진의원들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고 역설한 뒤 "지금은 담담히 얘기할 수 있지만 사실 어느하나 쉽지 않았고 매 순간이 고뇌의 연속이었다"고 당시 심경도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국민들이 지금 한나라당에 높은 지지를 보내주시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하지만 여기서 중단되거나, 다시 뒤로 돌아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더 개혁하고,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국민들께 한나라당의 높은 도덕성과 개혁정신을 보여줄 수 있도록 나부터 앞장서겠다. 한 점의 비리나 구태가 없는 가장 깨끗한 경선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도 국가지도자가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으로 '신뢰' '도덕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두 번째 과제는 정부와 국민 사이에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며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백약이 무효라는 것을 현 정부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 뒤 "어떻게 해야 신뢰받는 정부를 만들 수 있겠느냐. 국민이 원하는 목표와 정부의 가고자 하는 목표가 같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정부가 왜 신뢰를 잃고 통합에 실패했겠느냐"고 물은 뒤 "국민의 바램과 정반대로 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가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고, 지도자 부터 깨끗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때 깨끗한 사회를 만들 수 있고, 공권력이 바로 설 수 있고, 사회의 부패와 부조리를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한 뒤 "이번 대선은 신뢰받는 정치의 마지막 관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여성'이란 점이 마이너스로 작용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각종 강연과 당원간담회 때 마다 '남성=강한 리더십'이 아닌 '강한 리더십=신뢰'라는 공식을 펼치고 있다.
이날도 그는 "지금 우리에게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지만 리더십이 강하냐 약하냐는 물리적 힘이 아니라 국민들로 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며 "정당도 마찬가지"라고 역설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과거 부패정당이라는 질타를 받으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던 가슴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런 오명을 벗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기까지 나와 한나라당은 정말 처절한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내주 강원과 충북지역을 돌며 전국투어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박 전 대표는 40여년 간 목공예를 해 온 박상락씨로 부터 직접 제작한 쌀통을 선물로 받았다. 박씨는 쌀 통을 전달하면서 "국가경제도 비어있고 서민들의 민생고도 비어있는데 대표가 서민들의 창고를 꽉꽉 채워달라"고 주문했다. [=대구에서]





